스무 번째 단어:기척

봄의 기척

by 희노가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 오늘부터 봄입니다!” 하고 시작되지는 않는다. 나무에 막 올라오는 작은 싹, 공원의 미묘하게 달라진 냄새, 사람들의 조금 가벼워진 옷차림 같은 것들.

계절은 늘 그런 작은 '기척'으로 먼저 온다.


지루할 만큼 길었던 겨울도 이제 정말 가려는 모양이다.


나는 3월이 되자마자 성급하게 두꺼운 패딩과 롱코트를 싹 정리해서 옷장에 넣어두었다. 그래도 조금만 망설여 하나 정도 남겨뒀다면 좋았을 텐데, 역시 3월 초는 만만치 않은 날씨였다. 기온은 다시 영하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을 반복했다.

찬란한 봄을 맞이할 생각으로 신났던 마음도 잠시, 얇은 스웨터를 겹쳐 입고 경량패딩을 두 개 입으면서 왜 아직도 추운 거냐며 구시렁대었다. 하지만 왠지 다시 옷장에서 두꺼운 옷들을 꺼내면 겨울에게 지는 기분이 들어서 끝내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는 사이에도 봄의 기척은 조금씩 더해갔다.

해가 아주 서서히 길어지고, 햇살은 조금 더 따뜻해졌다. 늘 산책하던 공원에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다들 봄의 기척을 만나러 왔나 보다.


오늘은 공원에서 매화가 피어있는 걸 발견했다. 꽃을 보면 카메라를 가까에 대며 아련해하는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실 엄마는 늘 나에게 매화보다 더 이르게 봄을 알려주는 꽃이다.


어쩌면 봄은.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에게서부터 시작되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삶은 축제다"

-희노가


여기저기 봄의 기척이 들리지 않나요?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