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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로비 Oct 28. 2020

6. 쓸모에서 해방된 음반의 힘

없어 봐야 그 빈자리를 안다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될 10편의 글을 네 달에 걸쳐 연재합니다.




제7회 서울레코드페어 현장 사진과 포스터


서울레코드페어라는 행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17년이다. 2011년을 첫해로 7년째 열리고 있던 레코드페어는 전국의 음반 관련 업체 및 개인 컬렉터들과 레코드 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반과 음악을 중심으로 교류하는 행사다. 7년째라는 것은 그동안 꾸준한 수요가 있어왔다는 증거였고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관심사를 위해 모여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나는 방문 전부터 굉장히 들떠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간 기사로만 접했던 ‘아날로그 시장의 활성화’라던가 ‘LP의 부활’ 같은 이야기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바글바글하게 모인 사람들과 그 사람들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음반들이 이곳저곳에서 시시각각 거래되는 광경은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제9회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 - 좌측 상단부터 황소윤, 빛과소금, 노리플라이, 마로니에, 어어부 프로젝트 밴드(서울레코드페어 공식 홈페이지 참고)


실제로 레코드페어의 규모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음반 시장 자체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직접 행사 스텝으로까지 참여해보았던 2019년 제9회 레코드페어에서는 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관련 이벤트와 한정판 음반들을 보며 아날로그만이 줄 수 있는 감성과 소장의 가치가 힘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기도 했다. 물론 레코드페어의 주된 거래 품목은 LP이며, 소위 말하는 ‘아날로그 열풍’과 맞물려 언급되는 매체 또한 ‘레트로 감성’을 필두로 LP가 주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레트로’라는 키워드와 엮지 않더라도 전체적인 아날로그 매체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2010년대 들어 눈에 띄는 변화의 흐름이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CD를 포함한 오프라인 음악 산업은 K-POP 한류열풍에 힘입어 2010년대 들어 오랜 침체기를 끝내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레코드페어의 등장과 함께 LP, 카세트테이프 같은 과거의 매체들이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도 전부 비슷한 시기부터다.


하지만 CD 판매량이 증가하게 된 배경은 LP를 비롯한 다른 레트로 매체들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상승세는 앞 단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철저하게 K-POP 시장의 성장과 그에 따른 마케팅 결과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 음악 시장에서의 CD 판매량 증가는 엄밀히 말해 ‘K-POP 앨범 판매량 증가’라고 콕 집어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 그만큼 특정 장르의 앨범이 시장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피지컬 앨범이 더는 음악 재생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위해 존재하지 않게 됨에 따라 팬덤을 기반으로 한 굿즈의 개념으로 그 역할을 달리 한 탓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불특정 다수가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원과 달리 피지컬 앨범은 그 상품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마음이 있는,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 높은 팬들에 의해 주로 판매되곤 한다. 그렇게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그대로 팬덤의 크기와 직결된다.


모조리 구매한 아이오아이의 피지컬 앨범 ⓒ2021. Wallo.B


최근에 어쩌다 손에 넣게 된 NCT의《NCT RESONANCE Pt. 1》음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철제본 방식이 적용됐다. ⓒ2021. Wallo.B


실제로, 2018년 개최된 ‘Demoday 11’라는 투자 설명회에 연사로 참여한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은 해당 강연에서 앨범 판매량을 아이돌 산업 성과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꼽기도 했다. 앨범을 살 정도의 높은 충성도가 곧, 공연을 비롯한 여러 부가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것은 다시 말해 ‘살 사람은 어차피 산다’라는 결론으로 뒤집어 볼 수도 있다. 팬덤을 주요 타깃으로 하여 제작되는 아이돌 시장의 피지컬 앨범은 어느 정도의 맹목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 하더라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팬을 자처했던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의 피지컬 앨범을 발매하는 족족 전부 구매했으니 그 시장원리를 어느 정도나마 몸소 체험해본 셈이다. 덕분에 이 분야의 피지컬 앨범에는 보통의 앨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적용되기도 한다. 복잡한 패키징 방식이나 생소한 소재를 적용한다든지 하는 시도들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웬만한 이변이 있지 않은 이상 무조건 지갑을 여는 고정 팬층을 위한 디자인적인 이벤트와도 같다.


BTS 《Love Yourself 結 `Answer`》서로 다른 4종의 디자인과 구성으로 나누어 제작되었다. 아이돌 앨범의 보편적인 발매 방식.


아이오아이 «Chrysalis»에는 엄청난 양의 구성품이 들어있다. ⓒ2021. Wallo.B



물론 높아진 앨범 판매량 이면에는 팬 사인회 응모권을 끼워 팔거나, 같은 내용의 앨범을 여러 종류의 디자인으로 나누어 제작하여 추가 구매를 강요하는 식의 그림자가 숨어있다. 팬들의 애정을 볼모로 잡아 판매량을 높이는 제작사의 상술은 백 번 비난 받아 마땅하다. 또한 소장 가치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필요 이상으로 과한 물성의 사용, 이를테면 포토 카드, 화보집, 포스터, 그 외 셀 수 없이 다양한 구성품들로 인해 오히려 일반 청자들과의 거리를 갈수록 멀어지게 하는 결과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래저래 양날의 검과 같은 부분이 많지만, 어찌 됐든 스트리밍 중심의 흐름 속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시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의 파도에 밀려 완전히 사장될 것 같았던 CD는 어느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돌 앨범 판매량에 얽힌 이야기만을 풀어놓다 보면 문득, 그 외 아날로그 매체들의 부상과 결과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별개의 경우로 나누어 접근하고자 했지만, LP나 카세트테이프 등의 매체를 구매하는 사람들 또한 그것을 일상에서 주요 감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가끔씩 돌려보거나 심지어는 재생 수단(턴테이블, 카세트 플레이 등)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소장하기 위해 구매하는 모습은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니다. 비록 마케팅 측면에서 소비자의 어떤 부분을 겨냥하고 있는지에 따라 방향성의 차이가 생길 수는 있어도, 음반이 ‘음악을 듣기 위함’이라는 본래의 목적만을 위해 생산, 소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장르를 막론한 공통점이다. 이제 음악과 물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더는 분야를 나누어 이야기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뚜렷한 흐름을 만들었다.


분야를 넘나들며 우리 생활 깊숙하게 들어온 스트리밍 서비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굳이 ‘음악’인 것일까? 하고 많은 대중문화의 갈래 중에 왜 하필 음악 시장에서 이러한 ‘뒤늦은’ 아날로그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을 예로 들자면, 그 어느 것 하나 디지털 기반의 시장으로 넘어가지 않은 분야가 없다. 영상 분야는 일찍이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구독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장악한 지 오래다. 게임 또한 스팀 같은 다운로드 기반의 온라인 스토어가 강세를 보이며 실물 패키지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 심지어 마이크로 소프트는 자사의 콘솔 게임기를 기반으로 한 ‘엑스 클라우드’라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2020년 정식 출시한 바 있다. 이렇듯 대중문화 전반에서 물성의 위상이 낮아지고 소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움직임이다. 그런데 과연 어떠한 이유로 유독 음악 시장만이 이 급류에서 홀로 이탈할 수 있었던 것일까?


물론 스타 중심의 대중문화 산업 속에서 가수가 가지고 있는 지위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비교를 해보자면, 다른 분야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빠른 속도로 전파되며, 동시에 콘텐츠 소비 주기도 짧은 대중음악의 특성상 배우보다 가수가 우리의 일상 속에 훨씬 친숙하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가수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다양한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더 잘 팔릴 것이라는 결론 또한 자연스럽게 내려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현상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는, 조금은 본질적인 주제로부터 접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루마의《First Love》앨범은 수험생 시절을 선명히 떠올리게 한다.


음악은 유독 기억과 잘 붙는다. 멀티 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정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음악과 관련된 과거의 장면이 떠오르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때론 그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그 순간의 온도, 냄새, 주변의 분위기까지 함께 끄집어내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기억과 강하게 연결된 음악은 그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같은 음악이라도 그것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 듣게 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심상을 낳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음악에 대한 백 명의 감상은 백 가지 음악에 대한 감상이나 다름없다. 참고로 나는,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인 이루마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한창 공부에 매진하던 중학생 시절 독서실의 어둡고 차가운 조명을 떠올린다. 시험공부 중 계속해서 돌려 들었던 탓이다. 짐작건대, 이루마의 대표곡인 <Maybe>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에 <Maybe>는 나만의 <Maybe>가 된다. 음악과 기억의 관계는 이렇게나 다양하고 끈끈하며 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공감각적, 감성적 경험이다.


나의 책상 한 켠에 모아진 각각의 기념품은 하나 하나의 뚜력한 기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 기억이라는 것은 외부 감각과 함께할 때 더 진한 흔적을 남긴다. ‘남는 건 사진뿐’ 같은 말이 생긴 이유도 어떠한 기억을 시각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나중에 그 기억을 떠올리는 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기념품을 사 오는 것도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감각을 통해 여행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것은 음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음악과 기억 사이에서 물성은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 케이스에서 CD를 꺼내 CDP에 넣어 재생 버튼을 누르는 일련의 과정은 그 음악과 연결된 기억을 머릿속에서 불러오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포함한다. 실제로 직접 한 장 한 장 구매한 음반들에 얽힌 기억이 단순히 스트리밍으로 즐겨듣는 음악의 그것보다 훨씬 더 풍부하게 남아있는 것을 경험한다면 이 주장을 단번에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음반을 선물하곤 하는데, 이 또한 음악 자체만을 건네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를 생각해 달라’라는, 음악과 기억의 관계를 전제로 한 복합적인 경험을 선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디지털 시장으로의 급격한 전환과 함께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음반 매체의 실용적인 쓰임이 무의미해졌으니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음반은 단지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감상 방법으로 여겨지며 시장의 주도권을 디지털 매체에게 넘겨주었고, 2000년대 초중반까지의 음악 시장 관련 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날로그 매체의 몰락을 예고했다. 그리고 실제로 눈에 띄게 줄어드는 판매량이 시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주 가던 음반 매장도 어느새 문을 닫아있었고 피지컬 앨범을 실제로 만져보고 구매하려면 대형 서점에 딸린 작은 음반 코너에 찾아가야만 했다.



'오늘', '지금' 등 일상의 매순간 음악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Flo, VIBE)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도, 이러한 시장 변화가 음악의 잠재적인 힘, 그러니까 공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앞 장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이기도 한데, 언제 어디서나 아무런 제약 없이 온 세상의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됨에 따라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음악이 스며들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말 그대로 일상의 BGM(Back Ground Music, 배경음악) 역할을 수행할 모든 요건이 갖추어진 셈이었다.


우리의 주인공 ‘물성 힘’은 바로 이때,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물성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시대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음반이라는 매체가 탄생하게 된 최초의 목적은 무형의 대상인 음악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음반의 이런 본질적인 기능이 디지털 시장의 등장과 함께 더는 필요하지 않아졌고, 이에 따라 확장될 수 있었던 음악적 경험의 한계는 다름 아닌 물성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해갈 수 있었다. 본질적인 기능이 힘을 잃었다는 사실은, 다시 말해 무언가가 즉각적인 쓸모, 실용적인 목적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음반 본연의 기능을 한 꺼풀 벗겨낸 자리에는 우리의 삶과 음악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던 감성의 영역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음악의 또 다른 면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었다.


최근 선주문량을 포함 1만5천 장의 판매고를 올린 백예린 1집《Every letter I sent you》LP 버전


최근에 적지 않은 음악가들이 무리해서라도 음반을 발매하는 이유도, 더 나아가 그 음반을 굳이 카세트테이프나 LP로 제작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지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음반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그것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턴테이블을 들고 다니면서 출퇴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음악을 음반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그 음악이 삶에 녹아드는 모든 순간순간은 물성과 함께 더 짙은 의미를 만들어낸다. 감성과 결합한 음악의 힘이 한층 더 증폭되는 순간이다.


제작사의 상술을 잠깐만 걷어낸다면 아이돌 시장의 굿즈 문화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다양한 감정이 굿즈라는 물성에 투영된다는 점에서 음반 또한 별개의 대상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는 무의미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이제는 장르를 막론하고 음반을 ‘매체’나 ‘도구’라는 범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져야 할지도 모른다. 실질적인 쓸모를 상실한 덕분에 더 큰 가치를 얻게 되었다는 맥락은 이렇게 ‘음악’ 시장에서 ‘뒤늦게’ 물성이 재조명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없어 봐야 그 빈자리를 안다는 어떤 글귀처럼, 음반은 잠시 시간을 가지고 멀어져 있던 덕분에 새로운 모습을 하고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물론 음반의 새로운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에겐 경제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도대체 그 돈을 주고 왜 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쓸모없는 물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반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현상에서 우리는 그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음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덩달아 빨라지고 거대해질 것이다. 그 움직임은 ‘레트로 열풍’ 같은 일시적인 수식어로 다 담아낼 수 없다. 물성을 앞세운 음악 시장은 고유의 흐름을 타고 전에 없던 새로운 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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