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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Oct 05. 2022

시청각장애인도 할 수 있다 - 스킨스쿠버 체험

스킨스쿠버 그리고 별가사리

“지식은 우정을 대신할 수 없어. 너를 잃을 바엔 차라리 바보가 될래”

-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펀지밥’ 캐릭터 뚱이의 명대사 중에서

3년 전 이맘때였을까.

안마수련원(안마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안마 기술을 배우는 곳) 동기와 선배, 선생님과 함께 스킨스쿠버 체험을 떠난 적이 있었다.

스킨스쿠버를 한다는 말에 시청각장애인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혹시나 바닷속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안내사항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은 불안으로 바뀌었고 나를 망설이게 했다.

그래도 바닷속에서 호흡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색다른 경험을 또 언제 할까 싶어 눈 딱 감고 체험해 보기로 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이 끝난 뒤 버스에 설치된 노래방 기기로 노래자랑이 이어졌다.

“챔피언 불러줘 챔피언!”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동기 삼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이었다.

장기자랑 시간에 싸이의 챔피언을 불렀는데 랩 하는 것이 신기한건지 조용하던 애가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건지 노래 부르는 시간만 되면 챔피언 타령이다.

그렇다면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인생 즐기는 네가 챔피언~~~”

어느새 스킨스쿠버 체험장에 도착하여 옷을 갈아입고 잠수복을 입었다.

“하하, 똥배 나온 거 봐봐”

잠수복을 다 입고 자신의 배를 통통 두드리는 동기 삼촌.

혼자 입기 버거울 정도로 타이트한 잠수복은 숨겨왔던 뱃살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안내자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장소는 스킨스쿠버 체험할 바닷가였다.

“코로 숨쉬지 마시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좋습니다”

먼저 물안경을 쓰고 혼읍기를 입에 물면서 입으로 호흡하는 방법을 배웠다.

잘못 배웠다간 코에 물이 들어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하기에 열심히 호흡법을 따라했다.

“자, 엄지가 위를 향하면 위로 올라은다는 뜻이고 아래로 향하면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이에요. 잠수하고 나서 문제가 생겼으면 손을 흔들어주시고 괜찮으면 손을 마주 잡으세요”

3년 전 기억이라 애매하지만 이런 내용의 손동작을 알려주었다.

한 번 듣기에는 제대로 다 들리지 않아서 여러 차례 반복해서 손동작을 익혔다.

잠수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심장은 두근거리고 코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후우... 호흡법을 생각하자”

내 차례가 되었다.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계단에 앉아 산소통을 메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바다 안으로 걸어갔다.

“몸에 힘을 빼시고... 좋습니다”

강사가 옆에서 지시하는 대로 몸에 힘을 주지 않고 있으니 바다 위에 몸이 둥둥 뜨게 되었다.

강사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며 바닷물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한 손으로 코를 막은 채 호흡을 하자 입에 씌워놓은 호흡기로 산소가 들워왔다.

기압의 변화로 귀가 아팠지만 코를 막고 바람을 넣자 아픔은 사라졌다.

tv를 보면 수중촬영에서 사람이 호흡할 때 나오는 소리가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이 그저 신기했다.

바위와 모래알의 촉감을 느끼며 바닷속을 떠다녔다.

헤엄치는 동작을 해보기도 하고 자전거 폐달을 밟거나 슈퍼맨 자세를 해보는 등 어떤 자세든 바닷속에선 가능했다.

강사가 손에 무언가를 쥐어줬다. 촉감으로 모양을 확인해 보니 별가사리였다.

생각 이상으로 딱딱한 질감이 특이했다.

강사가 이끄는 대로 물 밖으로 나오자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별가사리가 해양 생물을 다 잡아먹어서 물 밖으로 건져야 한대”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을 때 별가사리를 한가득 가져온 동기 누나가 한 말이었다.

아무래도 별가사리가 바다의 포식자이자 챔피언인 것 같다.

별가사리를 보자 어렸을 때 재밌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펀지밥’이 떠올랐다.

어쩌면 스펀지밥과 뚱이의 우정은 별가사리가 먹지 못하는 스펀지이기에 가능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입 안이 씁쓸해진다.

‘뚱이를 찾아라’ 같은 대회라도 열어서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별가사리를 바다에서 쫓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킨스쿠버,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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