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디 Nov 30. 2020

독립을 했다

첫 자취 라이프

얼마 전 독립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국가에서 관리하는 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독립을 한 지 오늘로써 10일째다.


사실 독립을 결정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독립의 장,단점이 너무나 선명하게 다가왔고,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독립을 선택한 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더 끌리는 나의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5평 남짓한 작은 방에 내 살림들이 하나 둘 가득 차고, 지금은 얼추 집의 느낌이 난다. 직접 살림을 하려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매일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택배 박스가 쌓여갔다. 당장 이사한 날에는 바로 마실 물부터 필요했고, 주방이 채워지기 전까지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것들을 사야 했다. 그 이후로도 수저통, 냄비 받침대, 주방용 수건과 걸이, 발매트, 바닥 청소용 도구 등등... 물건들이 끝도 없이 늘어갔다. 미니멀 라이프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깐.


본가에 있을 때는 재택 하는 날이 좋았는데, 혼자 있으려니 재택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와이파이도 없어서 테더링으로 연결을 해야 하고, 밥도 세 끼 다 챙겨 먹어야 하고, 추우니까 난방을 계속 트니 난방비도 걱정됐다. 회사에서 따뜻하게, 물 마음껏 마시고, 전기 팍팍 쓸 수 있는 게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다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구나 싶었다..


며칠 살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가 쌓여 버리려고 했는데, 아파트가 아니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처리하는 곳이 없었다. 단순히 근처에서 봉투를 사서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동네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납부확인증을 붙여 쓰레기를 버려야 한단다. 납부확인증을 사러 동네를 다 뒤졌는데 파는 데가 없었다. 주변이 거의 아파트다 보니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구비를 안 해놓고 있는 거다. 봉투를 사기 위해 걸어서 15분~20분 거리에 있는 곳에 다녀왔다. 날이 참 추웠다. 쓰레기 한 번 버리기가 뭐 이렇게 힘든지.... 현실이 한 뼘 더 다가온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계속 안 좋은 점들만 얘기를 했는데... 좋은 점도 있다.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방해받지 않고 맘껏 들을 수 있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귀가 시간도 자유롭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 살림을 직접 경험하며 배울 수 있다. 아, 직장도 조금 가까워졌다.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힘든 점이 더 많은 거 같아 좀 슬픈데... 그래도 독립을 선택한 이상 알차게 잘 살아보고 싶다. 모든 경험에는 배우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이 하루하루의 경험들이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기에. 오늘도 힘내자~~!!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에는 같은 내용이 아니었음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