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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Jul 02. 2021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잘 살기 위해 계속한다

어느덧 생활체육인 3년을 꽉 채우고

작년 이맘때 바디프로필을 찍으며 웨이트 트레이닝 양을 확 늘렸고, 이후 몸은 유지어터 마음은 생활체육인으로 꾸준히 지냈다. 어쩌다 보니 최근 페이스북이 되살려준 기록을 보니, 아마도 2018년 이맘때 마이다노를 활용하면서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 같다. 햇수로는 4년, 기간으로는 3년을 꽉 채운 것이다.



이때는 (하) 단계만 하면서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근육통에 며칠은 시달렸다. 글에 쓰여있는 것처럼 소소하게 스트레칭, 홈트도 꾸준히 했었고 달리기는 원래 계속 해왔는데도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중량을 하나도 들지 않고 그렇게 힘들었다니 얼마나 근육이 없는 사람이었나 싶지만, 그때가 시작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겠다 싶었다.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



그리고 3년을 꽉 채운 요즘. 요즘의 나는 살기 위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해서 운동하는' 사람이 됐다. 


살기 위해 운동하던 시기는 감사하게도 지났고,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더 잘 돌보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던 몇 달 동안 '먹고 싶은 것을 참는다'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사실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어려웠던 건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나눠먹는 즐거움과 행복이 사라진 것'이었다.


물론 바디프로필 같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목표가 이제는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이제는 운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식사와 운동이 내 스스로를 괴롭게 하지 않는지 안다. 얼마나 운동을 쉬어야 내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지도 알기에, 게을러져도 나를 돌보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삶에서도, 또 가까이 보는 여러 비즈니스들에서도 '지속가능한가'를 중시하는 관점을 내 운동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내 운동이, 내 식습관이 지속 가능한가. 이걸 지속하면서 나는 어떻게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단계.


바카사나 연습


운동이라는 습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하나 더 추가한다는 것


내 삶의 지속가능성.


나는 운동을 한다는 의미를 단순히 근육에 무리를 주고, 근합성을 할 수 있는 식이습관을 하는 것만으로 보지 않는다. 숙취에 시달려 다음 날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술을 적당히 마시기, 몸의 염증 반응들 때문에 생활 패턴이 꼬이지 않도록 건강한 식습관을 갖기, 그리고 앉아서 일하고, 무거운 노트북을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매일 조금씩 흐트러지는 몸의 정렬을 운동으로 잡아주기.


나는 그래서 운동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
삶을 대하는 태도를 확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몸은 정말로 정직해서 내가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서 쉽게 망가지거나 조금씩 좋아진다. 좋아지는 건 어렵고, 한번에 알기 어렵지만 망가지는 건 쉽게 알 수 있고 한 순간이어서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고, 관점과 태도를 통해서 꾸준히 만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일처럼 무언가 성과가 눈에 띄게 나아지는 일이 아니어서 더 어렵고, 중간에 그만두기는 그만큼 더 쉽다. 차라리 근육량 증가, 체지방 감소처럼 눈에 띄는 수치가 있는 편이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운동을 하는 의미를 찾는다. 무기력해지거나 삶의 의욕을 잃는 순간마다,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쉽게 무너지고 싶지 않다고 나를 다잡기 위해서, 편하고 쉽지만 나를 망가뜨리는 일들로부터 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그래서 꾸준히 달리고, 요가를 하고, 무게를 든다. 맛있고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을 먹다가도 다시금 다음 끼니쯤엔 야채를 갈아 마시고, 과일을 먹고, 술 대신 물에 레몬즙을 짜넣어 마신다.


그렇게 운동을 지속해오면서 달라진 내가 더 좋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가도 이내 힘들 거야, 피곤할 거야, 아니면 안 해봐서 겁이 나서, 또 했다가 다칠까봐, 등등의 이유로 망설였던 과거의 내가 아니라 이제는 일단 해보고 싶고, 왠지 몸으로 하는 건 웬만하면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어디든 가고 싶다는 점에서 지금의 내가 더 좋아서다. 체력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내가 가볼 수 있는 곳도 많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늘었다.


집 앞 공원에서 요가


그렇게 운동을 생활화하고 3년. 꾸준히 해온 달리기, 자전거, 웨이트트레이닝, 요가, 수영(은 좋아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잘 못 했고). 외에도 여러 이유로 짧게 경험했다가 그만둔 운동들이 많다.


프리다이빙, 서핑(사실 서핑은 아직도 조금 무서운데, 이건 대자연을 향한 인간 고유의 공포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폴댄스, 테니스. 해보니 맞지 않아 짧게 경험하거나, 좋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지속할 수 없었던 종목도 있지만 대체로 경험해본 자체로 좋았다. 이전의 나였다면 절대 쉽게 도전하지 않았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또 운동하며 만들어온 반려근육들과 함께, 새로운 운동을 접할 때마다 새로운 근육이 자극받는 느낌도 쏠쏠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런 감각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싶다.


도시 여행을 좋아하고, 그래도 달리기는 꾸준히 해왔으니 낯선 도시에서 달리기 하는 게 나의 유일한 로망이었다면 이제는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는 물속으로 들어가거나 파도를 타고 싶고, 어디서든 매트를 깔고 호흡을 따라 움직이고 싶다. 그렇게 운동을 통해 경험하고 싶은 게 많아졌고 관점이 넓어졌다.


아직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작년의 바디프로필 후기도 있지만, 이런 낯선 감각들을 마주했던 기쁨을 더 늦기 전에 정리해두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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