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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에디씨 May 03. 2022

Clean & Jerk

"와, *클린 145는 처음 아냐?"

(*스쿼트 클린이라고 하는 이 자세는 주로 하체를 쓰는 운동이다. 땅에 있는 바벨을 쇄골 앞쪽까지 한 번에 들 어울린 뒤 그 자세 그대로 앉았다 일어나는 복합관절운동이다. / 145lb = 65kg)


"네. 처음이에요." 

그는 오른쪽에 찬 손목 밴드를 살짝 들어 아래 찬 땀을 허리춤에 닦는다. 아직 4월, 무더위가 오려면 멀었다. 여기 와서 삼십 분만 있으면 시원하다 못해 머리가 띵해지는 빙수가 간절해진다. 그는 양 무릎에 찬 보호대 위치를 다시 잡고 고개를 들어 허리춤에 양손을 올린다. 그리고 크게 숨을 크게 내쉰다. 


'왠지 오늘 155(70kg)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반년 전 어깨를 다친 후로는 이렇게 무거운 무게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행여나 트라우마라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진짜 그게 돼버릴 것 같아 항상 조심했던 그였다. 성취감보단, 이제 어깨에 불편한 느낌이 없다는 것에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바로 155갈거야?"

"아뇨, 5분만 쉬었다가 갈게요."

그 무게를 들면 부상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몸에 혈류가 확 돈 지금 끝내고 싶지만, 조금 전 힘겹게 들었기에 살짝 쉬었다 들기로 한다.


숨을 길게 내고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꼭 들어 올릴 거야'


그는 오늘 체육관에 오기 전 헤어졌다. 방도 빼버렸다.


"이제 할게요."


그는 바닥에 있는 바벨 양쪽에 무게를 더 꼽는다. 

'어색해지는 게 싫어서 방 빼는 시점에 맞췄겠지. 진짜 뻔하다 뻔해'


바벨 얼추 중간에 선다. 발은 어깨 넓이로 놓고 발 끝은 살짝 바깥을 향한다. 

"오케이! 한 번에 가자, 집중하고!"


'그래 지금 생각하진 말자'

허리를 숙이고 고관절을 접어서 눈앞에 바벨을 양손으로 단단하게 쥔다. 


땅에 발을 짓이기듯 박아 넣는 듯한 시늉을 하며 눈을 감았다. 허리 말고 다리로 들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한 번에 바벨을 뽑아 드는 내 모습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그린다. 


'아 근데 아까 서서 그 이야기 들었을 때 나 표정 관리 안돼서 얼간이 같았을 거 같은데, 아 생각할수록 짜증 나네 진짜' 

'근데 이제 무슨 상관이냐 끝났는데' 

'무게나 들자'

'근데 어깨 괜찮겠지'

'최대한 다리로 민다는 생각으로'

'오케이 가자'


읍!


힘차게 들어 올렸다. 바벨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벼웠다. 바벨이 점점 나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시선의 가장자리가 꽃가루처럼 햐얀색으로 뭉개지더니 이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깨지도 않고 계속 잠꼬대 같은 걸 하시는데, 정말 괜찮겠죠?"

"괜찮을 거예요. 전에 다른 분도 Clean&Jerk(클린 앤 저크) 하다가 쓰러지신 적 있었거든요. 숨 참고하다 보니까 종종 그래요. 잠깐 누워 계시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그래도 들다가 쓰러진 게 아니라 바벨 당길 때 그러셔서 다행이죠. 안 그랬으면 크게 다쳤죠."


"근데 뜬금없긴 한데 그 저크가 제이-이-알-케이 그거 맞죠? 왜 얼간이란 뜻도 있잖아요."

"저는 처음 듣는데요? 아니 근데 그게 지금 누워있는 사람 두고 할 소리예요?"

"아, 아니에요. 저도 더위 먹었나 봐요. 이분도 아까부터 빙수 뭐시기 하시는 거 같은데, 관장님! 아 진짜 여기 에어컨 안 놓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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