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서로의 건강 메이트
지인들과 청첩장 모임을 할 때의 일이다. 남편을 모르는 지인들은 종종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곤 했다. 때때로 이 궁금증은 남편 자랑을 해보라거나 나에게 잘해주는 행동을 나열해 보라는 식으로 말해보라는 요청이 오기도 했다.
그때 당시 이런 저러한 일들을 말했었고, 지인들이 나름(?) 괜찮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포인트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의 건강을 챙겨주는 행동’이었다.
어느 날 지금은 남편이 된 전 남자친구는 연애시절 침을 담는 키트를 집으로 배송시켰다. 그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젠톡’이라는 어플의 검사 키트였다. 신기하게도 키트에 어느 정도의 침만 보내면 모발 상태 및 피부부터 혈압, 당뇨와 같은 질병 위험도, 심지어는 수면 유형까지 다양한 나의 신체 상태 결과를 알려주는 어플이었다.
본인이 해보고 꽤나 좋았는지, 전체 검사 패키지를 결제해 준 것이다. 그리하여 한동안 서로의 검사 결과를 꽤나 재미있게 공유했었더랬다. 서로 다른 수면 유형도 이때부터 명확히 객관적으로 차이를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롱 슬리퍼에 저녁형 인간, 남편은 숏 슬리퍼에 아침형 인간이 나왔다. 결과지를 보며 서로에 대해 아예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났구나 하는 이해가 동반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후에는 좀 더 본격적인 남편의 건강 챙김이 시작되었다. 바로 위와 대장 수면 내시경 및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는 건강검진을 신청해준 것이다.
남편은 내가 보기에 건강을 꽤나 챙기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도 권장 주기에 맞춰 이미 내시경 등의 건강검진을 받고 있었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면, 함께 일하던 동료 중 과로사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주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평상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듯했다.
그렇게 얻어진 건강 관리 루틴이 이제 나에게도 함께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생애 첫 수면 내시경 도전에 나는 얼떨떨했다.
악명 높기로 자자한 피코라이트를 마시는 일부터 3일간의 식단 관리, 그리고 비몽사몽 마취까지 말이다.
그 와중에 남편은 식단 관리를 잘 하라며 카스텔라며 우유, 계란, 두부, 흰쌀밥 햇반까지 장을 봐주었다.
최근엔 먹어야 할 비타민까지 직접 주문해주고 있다.
평상시에도 하루 만 보 정도는 걸어야 좋다는 유익한 건강 잔소리(?)는 덤이다. 내가 잔소리라고 하면 그건 팩트를 이야기하는 거지, 잔소리는 아니라고 덧붙이긴 하지만 말이다.
새삼 부부는 함께 늙어가야 할 동반자이기에, 서로의 건강관리를 해주는 사이가 되어가는구나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