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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수험생이 되었다

30대 부부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by 하나


멘탈 및 스스로에 대한 믿음 관리를 잘하여 적절한 자신감이 존재할 때는 누구나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약해질 때에 있다. 인간은 누구나 위축되는 시기가 있다. 하려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더 크게는 사기 등을 당하거나 직장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다.


이런 위기들을 잘 극복하려면 당연히 '단단함', 그리고 준비된 무언가 '나만의 무기'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혹은 사전에 '대비'를 해놓으면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



연애 시절부터 이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예전부터 걱정 없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어찌 저렇게 무던할 수 있는지 항상 놀라웠다. 즉 나는 때때로 사서 걱정을 하곤 했다. 좋게 말하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미리부터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말하면 '굳이 사서 걱정을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적당하면 괜찮다. 하지만 때때로 걱정은 나를 집어삼키기도 했다.


요즘은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대표적으로 이혼숙려캠프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위기의 부부들의 삶을 보여주고 패널들이 코칭을 해주는 내용이다. 그런데 위기 부부의 삶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며 솔로 시절 나는 미래의 결혼생활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파국보다는 솔로가 나을지도...'라는 결론에 종종 도달했기에, 현 남편과의 연애시절에도 나는 그 결말을 발설하고 마는 타입이었다.


한창 핑크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타이밍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혹시 '우리가 이혼하게 되면 어떡해?'같은 말로 말이다. 당시 남자친구는 이 분위기에 그 말을 꼭 했어야 했냐의 입장일 때가 종종 있었다.


함께 이혼 변호사가 나온 프로그램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내 딴에는 미래에 대한 나름의 확인 및 대비였다.



부부가 된 이후에도 위기를 생각하다

사람이 한순간에 변하겠는가. 나는 결혼 이후에도 종종 사서 걱정을 하곤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결혼을 한 이상, 이혼 같은 내부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외부 요인에 대한 위기 타파를 생각하게 되었다. 외부 요인이라 하면 갑자기 둘 중 하나가 직장을 잃게 된다던가, 혹은 둘 다 잃게 된다던가 하는 일이 있었다.



위기의 부부가 되다

최근 그 일은 현실로 일어났다. 실질적으로 둘 다 직장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위기가 있었다.


나는 최근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다. 강사는 프리랜서이기에, 빨간 날인 연휴에 쉬지 않는다. 학원의 한 원장님도 내가 강사일을 시작할 때, '인간관계 박살 날 준비하셔라'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 이유인즉슨 강사는 주말 및 연휴에 더 바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주말에 학원에 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방학 및 연휴에 특강을 듣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도 지인의 결혼식 등을 챙길 수가 없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 이후 인간관계만 포기하면 괜찮던 솔로때와는 달리 도리로서 가정을 챙겨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따라서 학원 일정을 조율해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일이 강사는 특히나 민감한 이유는 아이들의 부모 입장에서는 강사가 자주 바뀌거나 수업 일정이 바뀌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에, 이는 곧 컴플레인 및 클레임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 결국 문제가 발생했고 원장님과의 전화통화에서 엄청난 저자세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나의 통화를 들은 남편은 너무 힘들면 그만두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일 이야기를 나누며, 남편은 위기의 부부라고 했다.



남편이 수험생이 되었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물음표 살인마가 되었다. 우리 둘 다 직장을 잃으면 어떡해?부터 시작해서 40살, 그리고 50살에 닥쳐온 위기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어떻게든 헤쳐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으로 남편은 수험생이 되었다. 수험생이 된 결과의 인과관계가 꼭 직장 때문만은 아니지만, 위기관리의 한 차원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한창 신혼인 이 시기에 공부하고 오겠다며 총총 나가곤 한다. 주말엔 꽤나 잦은 빈도로 내가 눈떴을 땐 이미 자리에 없기도 하다(?) 공부할 시간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당연히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이 때문에 불만이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 함께 극복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멋모르는 20대, 겉으론 어른 티가 나는 30대에도 불행보다는 '행복'을 꿈꾸며 웨딩 마치를 울린다. 하지만 한 사람의 진가는 행복할 때보다는 힘들 때 드러난다는 말처럼, '결혼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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