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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민이 되었다.

새로운 동네를 맞이하는 일

by 하나

연애를 하는 커플이 같은 동네에서 거주한다면, 결혼 이후에도 사는 지역은 동일할 수 있다. 그러나 신혼집은 다른 지역으로 구하게 된다거나, 사는 지역이 달랐던 커플이 둘 중 한 곳으로 거주지를 정하게 된다면 누군가는 새로운 동네를 맞이하게 된다. 나의 경우가 그러했다. 지금의 현 남편이 된 남자친구는 서울 중구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도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이전 동네의 장점

이전 거주하던 지역은 처음 서울에 상경해 줄곧 살았던 지역으로 '1인 가구'가 많던 곳이었다. 따라서 '전국 배달률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했기에, 배달 음식 시키기가 무척 용이했다. 무료 배달이 되는 어플도 있었으며, 배달 가능한 최소 주문 금액이 대략 7천 원 이상이면 가능했다. 따라서 밥은 물론이거니와 커피도 종종 배달시켜 먹으며, 그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배달 이외에 마트 및 간이음식점도 많아 장보기 역시 수월했다.


또 이전 동네의 장점은 주요 대학교가 있어 도서관 활성화가 잘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수업 및 업무에 필요한 서적을 구하기가 용이했다. 도서관 활성화가 잘 되어있지 않으면, 최신 책 등은 구하기가 힘들 터였다.


그렇게 대략 7년 정도를 거주한 첫 상경지였던 정든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중구민으로 전입 신고를 하다

새로 온 중구는 이전 동네와는 확연히 다르게 서울 중심부에 있어, 회사 중심 상권이었다. 서울에서 거주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첫인상은 집 주변 마트가 없어 다소 당황했다. 가장 가까운 마트가 '백화점 지하 푸드 코너'여서 백화점으로 장을 보러 간 일도 있었다. 강원도 태생이던 나에게 백화점은 생경하고 세련된 곳이었고, 그곳에 편한 차림으로 오는 사람들이 신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백화점으로 장을 보러 가게 된 사람임을 깨닫고 인생 새옹지마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은 상품의 질은 좋지만, 가격이 꽤나 부담되어서 더 찾다 보니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인근 대학교 주변 마트를 발견했다. 해서 요즘은 두 곳을 번갈아 이용하고, 주로 이마트몰 장보기 배달을 이용한다.

마트와 마찬가지로 식당을 이용하는 것에도 당황했다. 보통 상권이라면 '주말'이 더 바쁘기 마련이다. 그런데 중구는 직장인들을 위주로 판매하는 곳이 많다 보니 평일만 열고 오히려 주말에 문을 닫는 곳도 꽤 된다. 평일엔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주말이 더 한산하기에, 이런 점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배달은 최소 금액이 2~3만 원이 평균이라, 이젠 거의 시키지 않는다.


혼인 신고하고 태극기를 받다

그렇게 중구에서 혼인 신고를 하게 되었다. 중구청에서는 태극기를 주었다. 환영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중구의 장점 및 특징

그렇다면 이제 새로 살게 된 중구의 장점을 이야기해 보자면, 단연 '남산'을 꼽을 수 있다. 서울의 대표 관광지 혹은 서울을 대표하는 곳이라 하면 '남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나도 시골 사람일 때 남산을 놀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남산이 집 가까이 있으니 기분이 매우 묘했다. 남편과 산책 코스로 자주 활용하기도 하고, 새해 첫날엔 남산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기도 했다.


또 다른 중구의 특징으로는 남산 이외에 바로 가까운 곳에 명동이 있다 보니, 집으로 귀가할 때 외국인을 자주 볼 수 있기도 하다. 명동에서 쇼핑하는 외국인,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캐리어를 들고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는 외국인, 특히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집이 있는지 집 엘리베이터에서도 캐리어를 끌고 타는 외국인들을 자주 목격한다. 남편은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 탄 외국인이 먼저 한국어로 인사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느낀 중구청의 특징은 굉장히 홍보 및 이벤트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중구청에서는 매달 소식지가 발행되는데, 여기엔 구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나도 중구청 인스타그램 1만 명 돌파 축하 기념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당첨되어 카페 쿠폰을 받기도 했다. 또 우수 댓글로 뽑혀 게시물로 올라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매달 소식지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벤트 외에도 중구에서 탄생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활용한 글쓰기 대회, 활쏘기 대회, 비전 선포식 등을 열고 있다. 최근엔 중구 투어패스 등을 출시하여 이를 웹툰 형식으로 알려주기도 하고 홍보에도 꽤나 진심인 듯하다.


중구민 걷기 대회에 참여하다

봄이다 보니 여러 행사도 있었다. 4월엔 남편과 함께 중구민 걷기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구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가보니 운영 방향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중구민 걷기 대회'로 홍보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살고 있는 '동'을 구분하여 줄을 서라고 했다. 또 기념품 등도 '동'을 기준으로 배포한다고 했다. 옆 동네인 명동은 기념 스포츠 타월이 쌓여있는데, 내 담당 동은 물품이 다 떨어져서 줄 수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퉁명스러운 응답도 받았다. 그리하여 왜 굳이 '동'으로 구분하여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아마 대회 이후 경품 추첨이 있어, 동별로 나눈 듯도 하지만 말이다. 토요일 아침 8시, 아침잠을 줄여 참여했지만 아쉬웠다.


무튼 5월엔 정동 야행 등 또 다양한 행사가 있어 가려고 예정 중이다. 동대문, 광화문, 시청 등 대부분 도보로 30분 이내로 이동이 가능하다 보니, 서울 도서관에 가는 것도, 교보문고 등 서점을 가는 것도 모두 용이하다. 이전에는 큰 마음먹고 이동해야 하는 곳들이 집 부근이다 보니 여러 이점이 많다. 청첩장 모임을 할 때에도 약속 장소가 종로일 때가 종종 있었는데, 걸어서 집에 갈 수 있는 거리다 보니 좋을 때가 많았다.


이후엔 거처가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새 동네에 대한 애착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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