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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일확천금이 싫다고 했다

경제 공동체 부부의 세계

by 하나


결혼 이후 싱글 때와는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금전 관리를 함께하는 경제 공동체가 된 부부의 세계였다.


남편은 어느 날 권상우 주연의 '히트맨 2' 영화를 극장으로 보러 가자고 했다. 나는 히트맨 1을 따로 보지 않았기에, 영화의 첫인상은 제목이 좀 유치하다고 느껴졌다. '1을 보지 않아도 2가 이해되려나?' 하는 나의 걱정에, 남편은 히트맨 1 요약 리뷰 영상을 틀어주었다. 요약 영상으로 대략 1편의 사전 지식을 쌓고 우리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나름 재미있었다. 그런데 싱글이었으면 전혀 거슬리지 않았을 어느 한 부분에서 나의 걱정 회로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바로 권상우가 투자를 잘못하여 부부 공동 재산의 상당수를 날린 부분이었다. 아내에게 비밀로 하다가 결국 사실이 들통나 용서를 비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이전이었으면 그냥 코믹하게 그려낸 장면이구나 했을 텐데 이제는 그 장면을 보며 어쩌면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요즘 부부들은 대게 경제권을 합치지 않고 각자 관리하는 것을 많이 택하기도 한다. 한데 나와 남편은 경제적 각자도생은 너무 정 없어 보였으므로, '공동 관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기에 더욱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걱정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묻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냐고 말이다.


그때 나를 안심시킨 남편의 단 한마디가 있었다.


나는 일확천금이 싫어. 나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아냐


가끔 좋은 꿈을 꾸었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로또를 사긴 한다. 로또를 당첨 안 되려고 사는 사람은 없듯, 나도 당첨되면 무척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 행운에 기대어 보는 것과 '인생 한 방'을 노리며 일확천금만을 바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하여 그간 남편의 행실과 더불어 일확천금을 노리는 성향의 사람이 아니란 그 한마디가 나를 무척이나 안심시켰다. 남편은 지금도 덜 알려져 있던 가치주를 구입해 놨었는데, 이제야 빛을 보며 오른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결혼의 중대 요소, 경제관과 투자 성향

물론 한 사람이 빚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법적으로 꼭 부부가 함께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아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경제적 안정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나 아예 금전 관리를 각자 하는 부부라면 상관없겠지만, 함께 돈을 모으는 입장에서 공동으로 일군 재산을 상대방이 탕진한다면 그건 내 인생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인생을 180도 뒤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따라서 결혼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금전에 대한 가치관과 마인드를 서로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감한 부분이긴 하나 언젠가 한 번은 부딪혀야 할 산이다. 그걸 미루다 삶으로 느낀 뒤에 수습하고자 한다면 늦는다. 우리의 삶이 영화처럼 펼쳐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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