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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Oct 21. 2021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라.

트렌드 홍수의 시대에 살아남기. 

지난 글에서 '소비자(또는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대중'이 아니며, 그 성향 역시 계속 바꾸어 가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도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게 됐죠. 



그럼 기업들은 어떨까요? 우린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려 노력하고, 마케팅이나 광고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왜 점점 어려워지는 걸까요? 사실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트렌드를 잘못 읽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결과론에 입각한 판단을 내리거나, 언론이 부추긴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트렌드는 믿을 게 못된다. 


치열해진 경쟁과 변화화는 환경 탓에 마케터들은 '트렌드'를 탈출구로 삼았죠. 매년 각종 트렌드 서적이 쏟아지고,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며, 테마주의 주가가 요동칩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따르게 마련이니, 트렌드를 찾아 헤매는 마케터가 많아지면 '트렌드 팔이(?)'를 하는 이들도 자연스레 생겨납니다. 교보문고에서 '메타버스'로 검색해보니 결과가 1,000건 이상입니다. 'NFT' '블록체인' 같은 것도 정도는 덜 해도 얼추 비슷하겠죠. 


그런 책들이나 또는 어떤 강연 같은 것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으려 해도 우리 회사에 바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만약 정말 우리에게 딱 맞는 마케팅 책이나 사례를 찾으려면 다음 두 가지 원칙을 먼저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이것은 '천상계(天上界)'의 이야기


혹시 성공 사례로 든 기업들이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댈 수 있는 대기업, 혹은 엄청난 펀딩을 받은 유니콘 기업은 아닌가요? 아니면 엄청난 마케팅적 성과를 거둔 애플이나 나이키,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사례 거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들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이런 기업은 그런 마케팅을 하거나 광고를 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성공한 가운데 하나를 더 보탰을 뿐입니다. 때로 돈으로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을 따라 해선 곤란합니다. 


2. 우리와 다른 '이세계(異世界)'


성공 사례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카테고리가 아닌가요? 프랜차이즈 기업, 플랫폼 기업, 10대 만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 콘텐츠 기업 등 우리와 전혀 다른 영역의 비즈니스가 아닌가요? 물론 거기에서도 배울 점이 있겠지만, 그들의 KSF를 따라 하려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면(업태를 바꿔야 하는) 절대 실현할 수가 없습니다. 


시중에 나온, 특히 새로운 마케팅과 관련된 책 중엔 특정 업종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특히 빅데이터 관련된 책은 카드사, 프랜차이즈, 쇼핑몰에 종사하는 분이 많더군요. 책을 읽을 때는 감정을 이입해서 보게 되지만 다 읽은 후에는 막막합니다. 그런 빅데이터가 없는 우리는 어떻게 적용하지? 싶은 거죠. 


위의 두 케이스를 제외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책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광고 회사에 있다 보니 저희 회사 내부에서나 또 광고주들도 강박적으로 트렌드를 수집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는데요. 또 그러 성공 사례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아무래도 설득하기 쉬운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천상계 얘기든 이세계물(異世界物)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판타지 장르'라는 거죠. 판타지는 한마디로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일어나기 어려운 걸 말하죠. 


한때 그런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도 성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비슷하고, 경쟁자가 많지 않고, 소비자들이 쉽게 현혹되는 담배가 호랑이 먹던(?) 시절이죠. 하지만 이제 소비자도 경쟁 환경도 미디어도 모두 변했습니다.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hit.


이 말은 영어 그대로도 멋있지만.. 누군가 우리말로 번역해놓은 걸 보면 훨씬 와닿습니다. ‘누구나 멋진 계획이 있다. 한대 처맞기 전까진’ 어디선가 새로운 이론과 멋진 폼만 배워온 상대에게 '핵'펀치를 날리는 타이슨이 상상되죠. 


자칫 그럴듯해 보이는 계획만으론 크게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이제 '대중'은 사라졌습니다. 그뿐인가요? 참조할 만한 '베스트 프랙티스'도 찾기 어렵죠. 각 회사의 환경은 너무나 다르니까요.  


그래도 전 요즘 마케팅을 이해하는 세 가지 큰 키워드는 있다고 봅니다. 소비자,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래의 세 가지를 갖춘다면 어느 정보 보일 겁니다. 


1. 목적성을 가진 데이터.  


소비자 데이터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회사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구매 데이터, 상담 자료, 이벤트 응모 내역 등.. 일부 외국계 기업들의 경우, 해킹 우려 때문에 일부러 국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더군요. 반대로 일단 데이터를 많이 쌓아놓고 보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입니다. 우리의 소비자는 누구이고, 그 소비자들의 어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벤치마킹을 한다면, 다른 기업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활용했는가? 를 중심으로 분석해 봐야 합니다. 


2. 공감하고 공유하고 싶은 스토리.


우리 회사 만의 이야기가 있나요?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생각합니다. 나이키는 끊임없이 운동과 관련된 얘기를 하죠. 우리가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꺼리'가 있을까요? 나이키나 파타고니아처럼 당장 브랜드 파워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우린 될 때까지 계속 이야기할 거니까요..  


좋은 스토리의 조건은 뭘까요? 영화를 보거나, 옛날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죠. 디테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도 (때론 마음대로 바꾸나 과장을 하기도 합니다) 흐름은 마음속에 또렷이 새겨지고, 또 누군가에게 전달을 하고 싶어 집니다. 


SNS 시대에는 멋진 광고보다 좋은 스토리가 더 멀리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3. 소비자와 함께 할 브랜드 유니버스


우리는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소비자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쌓아갈 브랜드 유니버스, 즉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그런 플랫폼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이라고 해서 꼭 '앱'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플랫폼은 형식이 아니라 관계에 중요성이 있습니다. 고객이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함께 놀고 퍼트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죠. 이



그 외에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크게 봐서는 위의 내용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의 상황에 대해 가감 없이 직시하고 우리에게 맞는 트렌드를 발굴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아직도 어디선가 본 멋진 캠페인이나 새로 떠오르는 키워드에 미혹(?)되어 있다면, 타이슨의 명언을 되새겨 보세요. 만약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다면 타짜의 '이대 나온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입니다. 


지금 이 마당에 착한 척하세요?
여기는 지금 지옥이에요, 이 xx아.
각자 알아서 살아남자고.



다음 글부터는 위의 세 가지 조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조금 거친 표현들이 나왔는데, 이 점 양해 부탁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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