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관점에서 데이터 바라보기.
이전 글에서 외부 데이터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외부 데이터'란 우리 비즈니스 영역 밖(좀 더 사전적 의미로는 우리 서버 밖)에서 만들어지고 쌓이는 데이터죠. 장점이라면 일단 데이터의 양이 많다는 점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무작위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우리 비즈니스와 얼마나 연계될 수 있을까는 미지수라는 점이 단점이겠죠.
이 점을 극복하려면 내부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내부 데이터는 외부 데이터의 장점과는 반대의 문제가 있습니다. 데이터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어떻게 분석을 할 지도 막연하죠. 또 최근에는 플랫폼을 빌려 쓰는(그게 온라인 쇼핑몰이든, 오프라인 편의점이든..) 경우가 많기에 우리 비즈니스라고 해도 데이터 소유권을 완전히 갖기 어렵습니다. (최근 D2C로 옮겨가려는 중요한 이유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내부 데이터의 획득과 관리는 치밀한 계획 하에, 장기적으로 확보해 나가지 않으면 쓸만한 결과를 얻기 어려워요. 아래의 글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분석 전문가가 아닌, 마케터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 글입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 '플랫폼' 내에서 고객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즉 Consumer Journey에 대한 데이터입니다. 여기서 '플랫폼'은 주로 온라인 웹이나 앱만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의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모든 공간으로 확장시켜서 봐야 합니다. (플랫폼에 대한 설며은 나중에 따로 하겠습니다)
오프라인의 경우에도 스타벅스나 편의점 같은 경우 POS로 수집되는 결제 데이터가 있고, 매장 내에 센서를 부착하거나 AI 카메라를 통해 고객의 동선을 분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트래픽 데이터를 아래의 '고객 데이터'와 따로 분리한 이유는, 우리가 플랫폼을 오가는 고객의 개인 정보를 모두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트래픽 상에는 잠재고객이나 비고객도 상당수 존재하죠. (하지만, 네이버나 구글의 애널리틱스를 사용하면 그들의 확보하고 있는 고객 정보와 연계하여 우리 플랫폼에 방문한 고객들의 성별, 연령, 지역 등도 보여줍니다)
그럼 트래픽 분석을 통해 뭘 알 수 있을까요? 고객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가 기본인데, 이를 통해 어떤 요인(광고 효과)이 방문에 영향을 미치는가? 내부 동선에서 이탈을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등의 인사이트는 분석하여 획득, 구매 등의 전환율(Conversion Rate)을 높일 수 있죠.
이런 분석을 할 때 중요한 건, 우리가 세운 가설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그리고 전환율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마케터 분들께 우리 고객들의 여정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일단 기본적으로 누가, 어디에서, 왜 들어와서 구매하는가에 대한 가설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트래픽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어떤 조건을 바꿨을 때 우리의 목적에 더 목적에 수렴하는가를 확인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고객의 시선 데이터를 분석해 UI 변경으로 매출을 높였다거나, 구글이 가장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수만 가지 색을 실험해 봤다던가 하는 전설적인 사례들이 전해지지만 이건 플랫폼 상에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할 때의 얘기입니다. 채널과 고객이 분산되어 있을 경우 이런 미세조정이 아니라 통합적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죠.
이럴 때 외부 데이터를 함께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날씨 정보, 국가적인 이벤트, 공공 데이터 같은 것도 연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이런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서 '가설'을 세웠다면 그 가설을 실험하고, 내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게 바로 데이터 마케팅입니다.
트래픽 분석으로 얻을 수 있는 것? :
어떤 요인이 유입과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가?
트래픽 데이터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고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본다면, 고객 데이터는 ‘누가’의 문제죠. 일반적인 데모그래픽(이름, 나이, 성별 등) 정보와 구매 이력, 선호도 등이 해당됩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떻게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다루기로 하고, 일단 간단한 사례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 가전회사 A 사례 >
A 업체는 수십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쌓아두고 있었다. 데이터 마케팅을 해보려고 그간 쌓아둔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웹사이트 회원과 콜센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별개로 존재했다. 회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로 통합시키면 된다 생각했지만, 두 데이터가 일치하는 비중이 높지 않았다.
또 회원 가입 시 어디에서 우리 제품을 구매를 했는지를 묻는 항목이 있는데, 결과를 보니 거의 70% 이상이 '오프라인 마트'에서 구매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 마트의 판매 비중은 30%가 되지 않는다.
이 데이터들을 믿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데이터 수집은 돈과 시간만 들이면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쌓인 데이터의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찾기가 어렵다는 착각을 하곤 하죠. 하지만 제대로 된 데이터만 있다면 오히려 분석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입니다. 데이터 활용을 못하는 이유는 대체로 쓸만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위의 경우에서도 만약 재구매 주기에 도달한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발행하고 싶다면, 가지고 있지 않은 제품에 대한 구매를 유도하고 싶다면, 자주 방문하는 구매처에서 진행하는 우리 브랜드에 할인 정보를 알려주고 싶다면, 우린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할까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쌓은 데이터가 별도로 존재하고, 각 계열사는 물론 사업팀별로 따로 데이터를 쌓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처음부터 제품 일련번호를 중심으로 데이터가 수집 관리되도록 했다면, 누가 어디에서 구매했는지(보통 판매처에 따라 일련번호는 다르게 만듭니다), 언제 구매한 것인지, 어떤 소모품이 필요할 것인지도 함께 파악할 수 있었겠죠.
따라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축적하기 전에 아래와 같은 사항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1. 고객에게 알아내고 싶은 핵심 정보는 무엇인가?
2. 해당 정보를 중심으로 어떻게 모든 채널의 정보가 통합되게 할 것인가?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신제품이 나오거나 사은행사를 할 때 쿠폰 발송 등은 데이터를 선별해야 보내야 합니까?' 하지만, 대체로 보유한 데이터가 수천만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회원들에게 발송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메일이나 알림톡 등 발송 비용이 저렴하니까요..)
그럼 왜 굳이 내부 고객의 데이터 공들여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거죠?라고 되물을 수 있겠죠.
역시 사례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의 데이터는 안녕하신가요? 라는 글에서 언급했던 한 숙박업체의 예를 다시 살펴보면..
< 숙박업체 B의 사례 >
우리는 매번 프로모션을 위해 엄청난 쿠폰을 뿌리고 있는데,
어차피 쿠폰이 없어도 이용을 할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구매 전환을 위한 미끼(쿠폰)가 있어야만 구매하는 고객이 있고, 멤버십 등급을 올려 혜택을 주었을 때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백화점 VIP의 경우, 자격 유지를 위한 구매액을 채우기 위해 일가친척에 지인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실적을 쌓는 경우도 많겠죠. 꼭 할인만이 고객에게 구매를 일으키는 요소는 아닙니다.
위 숙박 업체의 케이스는 아니지만, 비슷한 고민을 했던 광고주가 있습니다.
<생활용품 업체 C의 사례>
C사는 M/S가 70%에 달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공격적으로 저가공세를 해오는 경쟁 브랜드(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때문에 고객을 뺏기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을 내리자니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고객에게까지 할인을 해줘야 하고... 가만히 있자니 한번 넘어간 고객을 아예 뺏길까 두려워지는 상황이다.
여기서 저는 경쟁사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에게만 쿠폰을 뿌리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C사는 M/S가 70%에 달하는 기업이었기에 이 정도의 자금력은 있었죠. 다행히 경쟁사는 더 이상의 가격 공세를 멈추고 시장에서 철수를 했구요.
데이터에 대한 첫 글에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가 필요한 데이터는 '어떤 조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를 고객의 구매 성향 분석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분석을 토대로 LTV(Lifetime Value, Cumstomer Lifetime Value)를 최대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그 구매 성향이 뭔데? 라고 묻는다면, 케바케라고 답을 할 수밖에 없겠네요. 위의 경우처럼 충성도일 수도 있고, 취향일 수도, 구매력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트래픽 부분에서 언급했듯 고객이 여정 상에서 구매 전환을 일으키는 '변수'가 뭘까?! 그걸 알아내는 게 바로 우리가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고객 데이터 분석으로 얻을 수 있는 것? :
고객은 어떤 '조건'에서 구매로 전환될까?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문제가 남습니다.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이기 전엔 데이터를 통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어렵죠. 따라서 초기에는 외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차츰 내부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여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여러 채널, 여러 형태의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