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기술이 아니라 전략의 관점에서!
변변찮은 지식으로 총 세편에 걸쳐 걸쳐 데이터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요악하자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우리가 ‘데이터’라 통칭하는 것이 사실 종류도 성격도 다 다른 것들이다. (그래서 어렵다)
2. 따라서 우리가 데이터를 왜 수집하고, 어떻게 쓰려하는지 ‘목적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3. 그리고 그 목적에 따라 데이터가 계속 ‘축적’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오늘은 여기서 세 번째 부분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라는 영세(?)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데이터를 활용해 승리를 만들어내는 내용이죠. 이 영화는 흔히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에 자주 예시로 등장합니다. 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도 데이터를 도입하면 승리를 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어느 스포츠든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하지만 머니볼을 잘 보면 이 영화에서 얘기하는 건 데이터 자체의 중요성이 아닙니다. 야구의 본질에 관한 얘기죠.
야구 경기뿐 아니라 어느 스포츠 경기든 데이터는 많이 쌓여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한 것도 애슬래틱스가 처음이 아니죠. 애슬래틱스의 꼰대 스카우터들 역시 모두 데이터를 보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은 좋은 선수, 이른바 '파이브 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타격, 파워, 송구, 주루, 수비)'를 찾아내기 위해 데이터를 보죠. 일반적인 스포츠 경기에서도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팀 운영자들은 선수를 사는 일만 신경 쓰죠.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닌 승리를 사는 거에요.
하지만, '머니볼'에서 애슬래틱스의 단장(GM)인 빌리 빈과 피터는 야구를 1루를 더 진루하는 게임이라 봤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파이브 툴 선수가 아닌, 1루를 더 진루할 수 있는 선수를 찾는 데이터가 필요하죠.. (만약 두 개가 같은 거 아냐?라고 되물으신다면, 데이터가 아닌 야구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물론,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없을 땐 불가능했던 일인 거죠.
다시 마케팅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가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식은 뭘까요? 데이터가 없을 때는 '감' 또는 '관행'으로 내려왔던 게임의 법칙이 데이터 때문에 완전히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걸 모른 채 그냥 데이터만 보고 있다면 '양키스'가 '애슬래틱스' 같은 영세 구단에 깨지고, '월마트'가 '아마존'에 나가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이제 달라진 '게임의 법칙'에 따른 데이터를 찾아야 합니다.. 경쟁사가 먼저 찾기 전에.
연재 내내 데이터의 목적성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무조건 많이 모은다고 좋은 데이터가 아니란 얘기도요. 물론 큰 노력 없이도 데이터가 모일 수 있는 환경(카드사, 쇼핑몰 등)이라면 고객의 인사이트를 찾아내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꼭 빅데이터가 있어야만 좋을 것이란 믿음은 허상입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우리의 승리를 위한 데이터 만이 의미가 있어요.
앞의 글들에서 살펴봤듯 데이터는 발생하는 곳(외부, 내부)도 다양하고, 또 형태(정형, 비정형)도 제각각입니다. 그렇기에 내게 꼭 필요한 데이터가 발생하는 곳에 정확히 파이프라인을 대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로 계속 쌓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이질적인 데이터를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죠,.
목적에 부합하는 이질적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핵심이다.
대체로 우리가 알고 싶은 핵심 데이터는 '고객의 구매 성향'에 해당합니다. 고객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는 직접 물어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내가 최근 구매한 제품들을 어떤 논리적 사고에 결과일까요?), 단편적인 정보로 추측하기도 어렵죠.
모든 고객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고객은 구매력이 있는가?라는 것과, 우리 브랜드(제품)에 호감을 갖고 있는가?는 전혀 다른 데이터죠. 또 그런 '호감'이 있더라도 다른 경쟁 제품에도 있는 것인지 우리에게만 있는 요소인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면 한 곳에만 파이프라인을 대서는 소용이 업습니다. 최대한 세분화해서 각 데이터가 발생하는 곳(내지는 발생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죠. 나이나 성별 등 데모그래픽에 의해 의존하는 것은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입니다. (사실, MZ 세대는 이래.. 하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구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결국 얻고자 하는 결과입니다. 결과는 '매출' 아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매출 역시 '방문자 X 구매율 X 객단가'로 쪼개서 세부적으로 볼 수 있겠죠.
방문자(또는 방문율)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구매율은 어떻게 높이나? 고객이 추가, 교차 구매를 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의 질문이 필요하고,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또 가장 극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요소가 발견됩니다.
이게 결국 그로스해킹이고, 고객의 구매 여정(Consumer Journey) 별로 구매 전환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떤 '답'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차피 각자의 답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으니 올바른 질문을 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나에게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알면 찾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에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잘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영화 <올드보이> 중 이우진의 대사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이나 이론들은 대부분 빅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 빅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빅데이터 분석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다루지만, 정작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설령 그런 데이터가 있다 해도 정말 이 데이터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지 확신하기 어렵겠죠.
나에게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면, 그런 데이터를 일부라도 얻을 수 있는 방법과, 해당 유형의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찾다 보면 생각보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나 방법들은 꽤 많이 있거든요. R이나 파이썬을 배우지 않아도 쓸 수 있는 툴도 많습니다.
아쉽지만, 데이터에 관한 좀 더 깊은 고민은 차후를 기약하도록 하고, 이제 스토리 부분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P.S. 혹시 영화 머니볼을 아직 못 보신 분이라면 꼭 보세요. 그리고, 이미 보셨다면 데이터의 관점에서 한번 더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