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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Jan 21. 2021

나이키의 D2C, 우리 회사도 할 수 있을까?

플랫폼 구독 전쟁 2

나이키가 D2C(Direct to Consumer)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더구나 탈 아마존 선언 이후라 더 이슈가 됐죠. 자체 쇼핑몰을 고민하는 브랜드 입장에선 관심이 가는 뉴스일 수밖에 없겠네요.


각종 기사 등에서 D2C가 대세다 내지는, 꼭 도입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같은 내용이 많던데, 저는 현재 상황에서 어떤 위협들이 있는지와 D2C 진행의 어려움에 대해 한번 올려 볼까 합니다.


나이키닷컴의 메인 화면




1. D2C가 뭐길래?


쉽게 말해 자사몰입니다. 브랜드몰이라고도 부르는 경향이 있었죠. 일반적으로 B2C (Business to Comsumer) 기업이라 해도, 이는 제품의 유형 또는 목적하는 최종 소비자를 뜻하는 것이지, 실제로 판매는 B2B (Business to Business) 형태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 영업팀에서 유통사, 또는 총판에 전달을 하면 마트나 슈퍼, 편의점 등으로 제품이 넘어가서 실제로 판매를 하는 것은 유통사의 몫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광고를 하고, 매장 내에서의 판촉 행사를 기획하는 등 후방 지원책을 통해 매출을 견인해왔죠.


온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대형 쇼핑몰은 제품을 직접 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개 대리점이나 벤더들을 통해 제품을 위탁해서 판매했죠. 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겠으나, 예전에 자사몰 오픈을 위해 컨설팅을 하러 갔을 때, 내부 시스템(ERP)에 제품이 대형 박스 단위(도매용)로만 잡혀 있다며 난감해한 경우도 있었죠. (자사 쇼핑몰에서 코스트코 마냥 도매 박스로 팔 순 없으니까요)


그런 연유로.. B2C 브랜드(제조사는 아닌 경우도 있죠)라도 소비자에게 직접 판다는 걸 좀 더 강조한 개념이 D2C(Direct to Consumer)입니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사회가 급격히 도래하다 보니 그간 유통사에 의존했던 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죠.




2, D2C 꼭 해야 하는 건가?


기본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목적이 있겠죠.. 유통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가 발생하고, 오프라인의 경우 접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재고 부담이 올라가니까요.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브랜드 입장에서 소비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점이 없으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2.1. 유통사와 포털의 배신(?!)


모 쇼핑몰과의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면, 처음에 입점을 부탁할 때는 회사로 찾아와서 프리젠테이션도 하고, 세일즈 프로모션 기획안도 가져와서 제품 입점 한번 부탁드린다고 머리를 조아렸는데.. 불과 2년 정도 지나 규모가 커지니, 자기네는 외근을 안 나간다며 내방 부탁드린다고 자세를 바꾸더군요. 더 충격이었던 건 저희 카테고리 제품을 모 중소 업체와 PB (자체 브랜드 상품) 상품으로 만들려고 기획 중이란 소식을 들었을 때입니다.


포털도 마찬가지죠. 그간 집행한 광고비가 얼만데, 어느 순간부터는 가격 비교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제품들이 최상위에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상위 노출을 하려면 광고비를 내야 하죠.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가격을 계속 낮출 순 없는데, 그렇다면 광고비를 계속 집행할 수밖에 없는 굴레로 빠져 듭니다.


2.2. 언더독의 반란 (디커플링)


스타트업들은 D2C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어차피 생산능력은 많지 않고, 유통망을 확보할 영업력도 되지 않으니까요. 대신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을 끌어들입니다.


제 기억 속 최초의 D2C는 '순둥이(아기 물티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아 관련 시장은 1~2년 내에 판매가 집중되고, 한번 쓰기 시작한 (믿을 만한) 제품을 계속 쓰는 경향이 있어 과점 체제가 꽤 오래 유지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맘 카페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외국(특히 일본) 제품들이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나더니,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반값 물티슈가 등장한거죠. 지금 순둥이는 그때의 위상은 아닙니다만 당시엔 꽤나 획기적이었습니다.  


순둥이 1세대 제품. 순둥이몰 캡처.


한번 흐름이 바뀌니 속수무책입니다. 기존 업체들도 가격 행사를 하거나, 온라인 전용 제품을 내놓거나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점유율은 점점 떨어졌죠. 현재 연 5,000억(!) 정도 된다는 물티슈 시장은 순둥이 외에도 베베숲이나 페넬로페 등의 브랜드들로 재편됐습니다. (기존 제조사 중에는 여러 이유로 저가 전략을 펼치게 된, 깨끗한 나라 정도가 순위에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D2C 기업으로 언급되는 달러 쉐이브 클럽 (DSC:Dollar Shave Club)의 케이스도 있습니다. 1달러를 내면 면도날을 보내주는 건데, 우리나라에선 와이즐리가 유사한 모델입니다. 재미있는 건 달러 쉐이브 클럽이 제공하는 면도날은 도루코의 페이스 시리즈 모델인데, 우리나라의 와이즐리는 독일 면도날을 쓴다는 거죠.  


국내에서는 블랭크 같은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 있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관심을 끌고 제품의 판매로 연결시킵니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대다수가 ODM(제조사가 별도로 있고, 판매사의 브랜드와 유통망으로 판매) 방식이라 플랫폼의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것도 기존 업체엔 위협 요소입니다.


DSC의 경우 역시 면도기+면도날의 모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이죠. 질레트의 100년 아성을 무너트린 건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도루코가 질레트보다 못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D2C로 무장한 듣보잡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달러 쉐이브 클럽 (Dollar Shave Club)의 홍보 영상, 이 영상으로 대박을 친다.




이렇게 상하좌우로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경직된 구조를 가진 기업은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카테고리에도 언제 순둥이나, 마약 베개, DSC 같은 시장 파괴자가 등장할지 모르니까요.




3. 그럼, 우리도 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이걸 한번 생각해보죠. 왜 '도루코'는 달러 쉐이브 클럽의 성공을 몸소 체험했음에도 국내에서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았을까요? 답은 저도 모릅니다..


그간 국내에서도 브랜드몰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게 만만치가 않죠. 일단 유통업체 눈치도 봐야 하고, 오프라인 대리점이 있는 경우 또 반발이 있습니다. 거기에 내부 영업 조직까지 회사 망칠 일 있냐며, 뭘 모르는 것들이 새로운 거(디지털) 면 다 좋은 줄 안다며,, 심하면 멱살까지 잡히는 경우도 있죠.


다 극복하고 오픈한다 해도, 일단 가격이 문제입니다. 브랜드몰에서 스스로 정해 놓은 정가를 무시하고 판매를 하긴 어려운데, 사실 정가대로 판매하는 할인점은 어불성설이죠. 특히 라면과 생수 등 유통사 간 경쟁이 치열했던 제품군은 유통사가 공급가 이하로 파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브랜드몰들 가격 비교해보시면 가격 메리트를 제공하는 곳 찾기는 쉽지 않죠.


크게 전략은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유통점, 대리점 관계를 모두 청산하고 자체 브랜드몰에서만 판매하겠다. (극단적인 경우)

기존의 외부 채널 판매를 유지하되, 우리 브랜드몰만의 메리트를 개발하겠다.


브랜드샵 대신 '멤버십 서비스'+'미디어 커머스'로..


나이키의 경우, 제품 자체에 마니아가 존재했습니다. 신상, 한정판 등이 나오면 밤새 줄을 서서라도 구매하려는 충성도가 강했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몰 자체에 대한 충성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위의 전략 중 후자의 경우 브랜드몰은 당장 수익을 높이기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멤버십 채널로 생각해야 합니다. 자사의 모든 제품을 취급하지 않더라도 특정 라인 위주로 시험을 해볼 수도 있죠. 브랜드 굿즈라던가, 타사와의 콜라보 제품 등을 자사몰에서만 판매, 또는 제공해서 인지도를 높여 나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듯한 'CJ 더 마켓'이나 '동원몰' 같은 경우도 초반엔 매우 고전했죠. 특히 동원몰은 브랜드몰이라기보다, 종합몰에 가까울 정도로 타사 제품 비중이 더 높지 않나 싶구요.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이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합니다.


브랜드샵을 오픈하려면 수익성을 높이는 것보다
멤버십 제도와 방문 동기를 만들 콘텐츠 개발에 중점을 둘 것


오뚜기몰,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언어유희와 소셜 콘텐츠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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