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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범 May 28. 2019

즐겁지 않은 주말

베트남 시골에서

주말이라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집이라는 곳이 다 편안한 것은 아니다.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일이라는 것에 중독된 나는 주말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농장이라는 곳에서 돼지를 보고 있자면 힘이 난다. 그런데 집에는 아내와 시끄러운 TV 소리만이 들린다. 토요일이면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멍하니 할 일 없이 TV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주말이 즐거워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그러나 나의 일상에 올바른 주말은 없었다, 늘 돼지와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움인 줄 알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 익숙해서인지는 모르나 나름 혼자 사색하는 것이 오히려 주말에 어디론가 떠나는 것보다 좋다.


요즘 젊은 세대를 보노라면 자기의 주관이 뚜렷하다. 일 할 때 하고 놀 때 놀고 부럽다. 우리 젊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음으로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의 젊은 시절과는 반대이다. 그래서 부럽다. 젊음을 누리고 또, 누릴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젊음의 특권이라 생각된다. 나는 늘 어려운 환경에서 주 6일 근무는 고사하고 격주 1일을 쉬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 5일 근무를 하고 토, 일요일은 재충전의 기회로 삼거나 즐거운 나들이들로 기분이 up 되어 돌아오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이곳에도 하루빨리 정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농장일을  한다는 것은 이런 모든 것들의 일부를 내어 놓아야 했다. 요즘에는 그래도 많은 농장에서 주 1회나 2회 정도 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하는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우리 회사도 2007년부터 시작했으니 10년이 조금 넘었다. 이제는 잘 정착되어 있다. 이곳 베트남도 이제 주 5일 근무를 한지가 벌써 3년이 다되어 간다. 물론 이곳 베트남은 아직까지 책임감의 부족으로 오는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이들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처럼 빨리는 변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의식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연휴 때면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베트남 국민의 년간 해외 여행자 수는 매년 20%씩 증가하여 2018년에는 100만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제 베트남도 해외여행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가능하다면 한국으로 많이 갔으면 한다.


즐겁지만 않은 나의 휴일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주말을 즐긴다. 비록 내가 즐기지 못하는 바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즐기는 모습을 보노라면 기분이 좋다. 아내와 둘이서 방콕 생활을 시작하는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나름대로 즐거운 맛은 있다. 이렇게 글도 쓰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 것은 나에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다시 내일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주말이 찾아오면 역시 변화지 않는 생활과 시간을 보내는 나를 미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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