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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김철기 Jul 09. 2021

불치병이 선사한 '불행 불감증'

파킨슨병 환자가 펼친 인생 대장정

"파킨슨병이 맞습니다!"


약 11년 전 서울대병원 파킨슨 센터에서 학과장님이 PET CT라는 특수 뇌 촬영을 한 후 제게 불치병을 확진해 주는 순간 저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활짝 웃으며 답했습니다.


“확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저는 매일매일을 세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저는  2년이 넘게 무엇 때문인지 병명도 모른 채 왼편 손발과 몸의 절반이 굳어져 이틀이 멀다 하고 물리치료, 침과 온갖 민간요법으로 힘들게 버텨왔던지라 저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불치병인 파킨슨병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순간에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병명을 알게 되자 마음을 가다듬고 "까짓 거" 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진을 받는 그 자리에서 제가 "앞으로 오히려 매일매일 세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노라"라고 다짐을 한 점은 여러분께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는 제가 갖고 있던 비밀('회복탄력성')의 발로이며  이에 관해서는 아 책의 다른 글에서 제가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그날 그 순간 이후 제 삶이 크게 반전되어 긍정적인 삶으로 통째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 유학을 마친 후 20년 가까이 마닐라에 소재한 국제기구에서 일해 왔었습니다. 한국에서 병 확진을 받고 난 후 돌아간 직후 저의 병명을 직장과 페이스북 등에 알렸고 불치병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오히려 '행복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약속드렸답니다. 물론 제 페이스북 친구들은 제게 환호로 응원했고요.


곧바로 지병 극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먼저 마음의 근력을 키워서 불행을 딛고 행복해지기

다음은 체력 회복을 위한 매일 아침저녁 수영 하기

마지막으로 일상 업무와 인간관계를 더 열심히 해 나가기


이른바 마음과 몸과 인간관계 면에 포커스를 맞추고 에너지를 풀가동해  삶에 있어서 행복을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제가 처해진 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남들보다는 힘들게 살아가야 할 것이고 남들만큼 오래 살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는 점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삶과 죽음을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언제 삶을 마감하더라도 후회가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죽음에 관한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로는 마음이 그렇게 편해질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삶의 가장 크고 어려운 고민이 상당 부분 해결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저는 파킨슨병을 얻은 반면 제 신조어'불행 불감증'에 걸려 불행과는 담을 쌓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비록 병세는 진행돼 하루하루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내고 있으나 단 한 번도 "왜 하필이면 내가 이 고약한 병에 걸렸을까?" 하고 제 지병을 탓해 본 적이 없답니다. 이는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고 그저 달리 뾰족한 방도를 찾을 수 없었던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이 불행 불감증을 저의 에너지 근원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 저는 필리핀에서 귀국 후 한국안전수영협회를 설립해서 생명 살리기 봉사활동에 매진해 올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설명드리겠지만, 이 일은 몸이 멀쩡한 정상인이라도 너무나 힘들어 몇 번씩 포기하고 싶을 일인데 불치병 환자인 제가 여태껏 그 무거운 짐들을 달갑게 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달가운 짐들이 무얼까요?  지금부터 여러분께 하나씩 재미있게 꺼내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기대하셔도 됩니다.




#불행불감증, #파킨슨병, #잎새뜨기 #생존수영 #한국안전수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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