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은 우리가 고난과 역경을 만났을 때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그 이전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근력’을 말합니다. 마치 탄력성이 매우 큰 공을 바닥에 던졌을 때 그 공이 바운스 되어 우리 키의 몇 배 높이로 높이 튀어 올라가듯이 우리가 살아가다가 불의의 역경을 맞이해서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더 훌륭한 의미와 목적을 위해 매진하도록 해주는 탄력적인 에너지를 말합니다.
이 회복탄력성이 저의 삶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저는 6.25 사변이 끝난 몇 년 뒤에 태어나 남들과 마찬가지로 배고픔과 가난함을 안고 과수원 농사일을 거들며 자라났습니다. 하루하루를 견디기가 힘이 들었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야!”라고 하는 긍정 마인드가 어린 저를 지켜 주었습니다. 이 긍정 마인드에 힘입어 호롱불 아래서 입시공부를 해서 서울로 대학 진학을 했고 한국은행에 들어간 후 미국 유펜의 와튼스쿨을 거쳐서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에 진출해 20년 가까이 국제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약 10년 전부터 가끔씩 왼편 팔다리가 굳어져 거북했지만 제가 원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힘든 물리치료를 많이 받았지만서울대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파킨슨병으로 확진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한 번도 제 병을 탓해 본 적이 없습니다. 불치병을 얻은 대신에 불행이란 단어를 마음에서 지워버렸습니다.
곧바로 체력 회복을 위하여 수영을 시작했는데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지금까지 줄잡아 2,000km를 넘게 수영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끈기 있게 수영을 한 덕분에 저는 생존수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교육 보급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생존수영 교육을 통해 생명 살리기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제 삶에서 최고로 의미가 있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생명 살리기 봉사활동에 관해서는 다음에서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일들이 제게 일어나도록 도와준 동력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회복탄력성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흔들림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오는 데 큰 긍정의 힘을 가져다준 계기가 된 것이 ‘행복 대차대조표’입니다. 물론 저만 알고 있는 비법입니다.
나의 행복 대차대조표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의사 선생님께 다짐을 한 후 돌아와 “어떻게 하면 세배씩 더 행복해질까?” 실체도 없는 행복이라는 개념과 한참을 씨름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나름대로 고안해 낸 ‘행복 대차대조표’를 소개드릴까 합니다.
즉 종이 위에 대차대조표를 그려놓고 왼편에는 제가 행복하다고 느낀 것들을 그 크기에 따라 적어 보았습니다. 반대로 불행하다고 느낀 것들은 오른편에 적어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행복한 감정의 내용과 크기를 질감 있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불행한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른쪽의 가장 큰 항목은 당연히 제 파킨슨병이었죠. 이 항목을 놓고 전 이렇게 상상했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제게 “암에 걸려서 앞으로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을 생생하게 떠 올려 봤습니다. 그 순간 제가 이 파킨슨 병으로 고생 좀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대박에 가까운 행운이라는 느낌이 확 오더군요. 이런 큰 행운을 가져다준 파킨슨 병!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이 고마운 병을 왼쪽으로 옮겼답니다. 그 큰 항목을 옮겨 놓고 나자 나머지 소소한 항목들을 옮겨 놓는 일은 문제도 되지 않았지요.
곧 제게는 오른쪽에 불행한 항목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고 이후 스스로를 “불행 불감증” 환자로 자처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생명 살리기를 향한 새 여정ㅡ’ 잎새 뜨기’의 발굴
그러던 중 제가 하는 수영을 제 도움이 필요한 다른 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2014년에 ADB를 은퇴하자 곧 '공수증 환자'였던 아내 미셀을 설득하여 함께 수영을 가르쳤고 함께 수영 코치 훈련을 열심히 해서 부부 수영 코치가 되었습니다. 작년부터는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에는 수영이 어려워지자 물에 “잎새뜨기”로 떠 있기를 많이 하다가 ‘요가 수영법’을 개발하여 2016년 9월에 아내 미셀과 함께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파킨슨 포럼에 참석하여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당시 제 수석 코치 폴 코치와 함께 인체 부력을 이용하여 자력으로 물에 뜨는 신기한 “잎새뜨기 생존술”을 함께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많은 사람들을 지도해 봤는데 그 실효성이 탁월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소방학교의 요청을 받고 119 구조 대원들과 교수 교관들에게 잎새뜨기 생존술을 교육시키고 그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잎새뜨기 생존술 보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016년 4월 초에는 필리핀 민도르섬에 청소년 자원봉사대원들과 함께 가서 “익사사고로부터 어린이들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틀간 3시간에 걸쳐 300여 명의 현지 어린이들을 교육시켜 사흘째 되는 날 거의 모두를 자력으로 바다에 뜨게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 자원한 100명을 작은 보트에 묶은 나이론 줄 두 개를 사용하여 잎새뜨기로 누운 채 깊은 바다로 이동시켜 수난사고시 구조대를 기다리는 장면을 시연해 봤습니다. 모두가 잎새뜨기 덕분에 무사히 훈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세계 최초로 수백 명이 수영을 하지 않고 장시간 물에 떠 있게 된 쾌거입니다. 훈련을 모두 마친 후 밝은 웃음으로 감사해하는 어린이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 잎새 뜨기 생존술을 국내외 보급시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제 남은 인생을 바치려고 합니다. 이 세상에 “물에 뜨는 인류”가 탄생될 때까지 저의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약 3년 전에는 비영리법인인 (사)한국안전수영협회(safeswim.kr)를 설립해서 무보수 협회장으로서 요즘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잎새뜨기 생존수영”이라는 획기적인 생존수영법을 공동 개발하고 제가 이름을 “잎새뜨기”라고 지었고 잎새뜨기 원리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했는데 사람을 인체 부력만으로 나뭇잎처럼 가볍게 떠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누구나 물에 누운 채 균형만 잘 잡으면 한두 시간까지도 물에 뜬 채로 호흡할 수 있으니 배워 두면 얼마나 좋은 방법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방법을 세상에 알려 오면서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는 상상에 맡길까 합니다. 오죽하면 EBS가 2년 전 “신통과의례 ㅡ부부 통”이라는 제목으로 파킨슨병 환자가 어렵사리 잎새뜨기를 보급해 오고 있다고 다큐를 찍어 방영했을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인터넷 검색창에서 ‘잎새뜨기’만 치시면 수백 종의 기사글과 영상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조금도 힘들다 하지 않고 이일을 제 천직이라고, 오히려 축복이라고 여기며 몰두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잎새뜨기를 세계에 전파해서 수억 명이 물에 뜨게 됐을 때 전 세계에다 “오늘자로 ‘뜨는 인류 그룹’이 탄생했습니다”라고 발표하는 꿈을 갖고 있고 꼭 이루어 내도록 하겠습니다.
사이보그로 3년을 보내다
사이보그(cyborg) 란 인체와 기계를 결합한 말로서 기계의 힘을 빌어 인체 기능을 향상한 인간을 말합니다. 뇌심부자극술 (DBS) 수술을 받아 제가 이렇게 자유롭게 행동을 하고 좋은 표정으로 웃을 수 있는 인간이 되었으니 영락없는 사이보그에 해당됩니다.
2018년 6월 초에 장장 14시간이나 걸린 큰 뇌수술을 받고 사이보그로 바뀐 제가 이렇게 매일 아침 수영과 기체조를 해내며 제가 설립한 협회와 잎새뜨기를 위해 숱하게 큰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협회를 위해 한 큰일로는 정부로부터 저희 잎새뜨기 생존수영 지도자 민간자격증을 따낸 일, 119 소방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자문을 해 드리기로 한 일, 교육청의 요청으로 잎새뜨기 생존수영 교과서를 집필하게 된 일, 잎새뜨기 생존수영 지도서 및 자습서를 출간한 일 등등 굵직한 일 들을 많이 해냈습니다.
이제 새해에는 신임 회장의 리더십 하에 저희 협회가 잎새뜨기를 적극적으로 보급 전파해 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미국 특허청에 잎새뜨기 익사방지법 교육 방법으로 특허 출원을 마쳤고 이를 통해 잎새뜨기를 세계에 알리고 전파해 나가려고 합니다. 신임 회장의 주선으로 2023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는 참가자 전원에게 잎새뜨기를 교육시키는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 잼버리 대회에 참여하는 수만 명의 어린이들을 통해서 잎새뜨기를 세계에 알릴 멋진 기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세상에 ‘뜨는 인류‘ 또는 '뜨는 세대'가 탄생하는 그 순간까지 저와 저희 협회는 열심히 전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계속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