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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04. 2024

우린 결혼하고 연애 시작이야!

프러포즈

https://brunch.co.kr/@jyjpsw/117#comments

'승객과 승무원으로 만난 그와 나'에 이은 2편 



한 시간의 짧은 비행이 드디어 끝났다. 사무장님과 크루들의 배려로  그도 셔틀버스를 타고  칼호텔로 함께  이동했다. 이제 결혼 전까지 5일 정도 남았고 이틀 후가 마지막 비행이었다. 오랜만에 제주도에 와서 그는 너무 행복해했다. 



"제주도 진짜 오랜만이다!! 우리 회 먹으러 가자!"


보통 제주비행을 오면 근처 동문시장에서 분식을 먹거나 호텔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먹고 바로 취침모드였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그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제주 비행 와서 이날 회를 처음 먹었다. 회를 좋아하진 않지만  바다를 보며 먹는 회는 정말 꿀맛이었다. 그는 결혼식 10일 전에 미국에서 와서 결혼사진도 며칠 전에 찍었다. 결혼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초스피드로 이뤄졌다. 정신없어서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여기 와서야  오랜만에 얼굴 마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는 여기 오기 전에 우리가 살 집을 계약하고 왔다며 내가 딱 좋아할 위치라며 강조했다. 바로 횡단보도 건너면 버스 정류장이고 근처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고 가장 중요한 한국 마켓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했다. 내가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을 잘하지 못해서 그런 부분이 걱정이 됐나 보다. 미국은 한국보다 운전하기 편하니 거기서는 운전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와 대화를 하니 안정감이 느껴지고 행복했다. 외국에 이미 살아봤지만 미국에 거주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왜 이렇게 떨리지??' 신혼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시작해서?? 아니면  비행이 이제 마지막이라서??  기분은 좋고 행복한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었던 거 같다. 이제 혼자가 아닌 그와 평생을 함께 시작한다는 기대감이었다. 친구에서 이렇게 인연이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되니 신기했다. 진짜 인생은 살아봐야 하나보다. 




 우리가 처음 만난 중학생 때로 돌아갔다. 우린 서로 얼굴은 알지만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교회 모임에서 처음 얘기를 했다.


"너 그때 기억나? 내가 계속 말 시켰는데 넌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내가?  나 기억이 전혀 안 나는데.."


"뭐야? 진짜 기억 안 나? "


"그때면 대체 몇 년 전인데... 기억하고 있는 네가 신기하다!"




 중학생 때는 서먹서먹했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내가 시드니 어학연수 갔을 때 그가 군 복무 중에 나에게 국제전화했던 거부터 미국 뉴욕에서 어학연수 중일 때 나에게 수도 없이  전화한 거까지..


"너  내가 뉴욕에서 전화 걸었을 때 한 번도 반갑게 전화받아준 적 없었어. 그런데 왜 난 그렇게 너에게 전화를 했을까... 그때 선불카드는 너한테 전화하느라 다 썼다니까."


"나 그때 토플 공부하느라 정신없는데  왜 이렇게 전화를 자주 한 거야? 눈치도 없어... 근데 진짜 재밌다.ㅋㅋ 10대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 얘기하려면  밤 꼴딱 새워야겠는 걸!"


신나게 떠들며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호텔로 돌아오는데  그가 아까부터 계속 뭔가 말하려다 마는  듯한 어색한 행동을 보였다. 



"할 말 있어? 뭔 말을 하다가 말아!"


"뭔데! 궁금하니까 빨리 말해주라!"


그러더니 쭈볐쭈볐하며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거... 너 주려고 샀는데.. 언제 줘야 할지 계속 고민 중이었어..."


생각지도 못한 깜짝 이벤트였다. 나름 그만의 계획이 있었다. 회 먹고 근처 이쁜 카페에서 주려고 했는데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졌고 카페는 이미 문을 닫았다고 했다. 


"우와! 이건 또 언제 준비했어? "


케이스를 열어보니 커플링이었다.  그는 커플링을 유독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반지가 너무 작았다. 나는 당황했고 그는 더 안절부절못했다.


© petrov, 출처 Unsplash



" 안 들어가네... 이거 어디서 샀어? 우리 내일 같이 가서 바꾸자! 이런 것도 준비하고... 정말 감동이다!! 고마워!!"


그는 프러포즈할 생각을 하고 비행기를 타니 더 떨렸다고 했다.


"더 이쁘고 좋은 거 해주고 싶은데... 미안해. 내가 나중에 네가 원하는 거 다  해줄게!"


"우리 예물 안 하기로 했잖아. 예물반지 난 필요 없어! 커플링이면 충분해! 우리 커플링도 안 해봤잖아. 우린  결혼하면서 연애 시작하는 거야!


그의 서프라이즈 프러포즈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그의 정성과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나에게는  잊지 못할 제주도의 밤이었다.



#프러포즈#커플링


 2020년 10월에 쓴 글이다... 4년 전.... 한동안 멀어졌던 나의 브런치스토리... 공저 책인 ' 미니멀라이프로 꿈꾸는 나의 인생'이 이번 연도 2024년 4월에 나왔다. 내 책방에 책을 올리려고 하니 3개월 내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수가 5개 이상일 경우 등록신청가능하다고 나왔다.  바로 지금 글을 쓸 여력은 없어서 써놓기만 하고 올리지 못한 글을 블로그에서 읽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글들이 블로그에 방치되어 있었다. 차근차근 읽어보고 브런치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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