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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n 02. 2023

황당한 생각

이름 바꾸기

가끔 재방송되는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보면 저승사자가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있다.

드라마를 볼 때는 무심히 흘려보냈는데 어느 날 직장에서 일을 하다 엉뚱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업무 특성상 이름을 바꾼 사람들을 종종 마주치지만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나의 생각이 발전할 줄은 몰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 이름이 남자 이름 같기도 하고 중성적이라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중 안 좋은 일만 생기면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만약 나의 이름을 바꿨다 치고 어느 날 이 세상을 떠나갈 때 저승사자가 나를 찾아온다면  이름을 바꾸기 전 아님 이름을 바꾼 후의 내 이름 중 어떤 이름이 적힌 명부를 들고 와 부를지 궁금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있나. 누가 볼까 웃음을 참고 생각했다.

살아 숨을 쉬고 있고 내가 죽은 후를 모르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을 들까.

다른 날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가 싶었다.


창밖 빈터를 보니 이름 모를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무실 안은 점점 더워지지만 모니터 옆 미니 선풍기가 열심히 나의 열을 식혀주고 있다.


우울했던 기분이 밝아졌다. 수십 년을 한 이름으로 잘 살아왔는데 만약 내 이름을 바꾼다면 단순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그 이름의 삶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의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 좀 남자이름 같으면 어떤가. 요즘은 트렌드인지 남자들도 여성적 이름을, 여성들도 남성적 이름을 많이 짓는 거 같다.  


순간 떠오른 황당한 생각으로 인하여 이 아침이 변했다.

사람의 삶과 함께 하는 이름, 그 사람이 죽어서도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그 이름은 빛 속에 이어지니 생각 하나에도 행동할 때도 무게를 실어야겠다고 맘을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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