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엔리께 Aug 19. 2022

미완의 풍경

《Playa del Carmen, MEXICO》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당시 내가 좋아하던 사람의 꿈에 우리가 나와 해변을 신나게 뛰어다녔다는 얘기를 듣고 언젠가는 꼭 그렇게 놀아보자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때까지 우리의 관계가 이어지진 않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그 후로도 계속 바다를 찾아다녔다. 만약 누군가, 그래서 여행 중에 그런 곳을 찾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카리브해라고 답할 것이다.

 



 멕시코 여행의 말미에 나는 칸쿤_Cancun에서 한 시간 떨어진 '플라야 델 카르멘_Playa del Carmen'에서 지냈는데, 이 해안마을이라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이면 갓 만들어낸 타코와 색색깔의 과일들로 식사를 하고, 밤이면 음악이 흐르는 거리를 따라 늘어선 멋진 카페와 바(Bar)에서 낭만에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같이 해변에 나가 누워있다가 이따금 바다거북과 함께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따분하지 않았다. 발가락 새를 파고드는 부드러운 흰모래, 쏟아지는 햇빛, 파도를 스쳐 불어오는 바람, 야쟈수 그늘 아래의 해먹. 이 순간을 한잔의 칵테일로 기념할 누군가만 곁에 있다면 이 장면은 완성될 것 같았다.

(멕시코에 바다 물개는 살지 않지만, 바텐더가 되기엔 바다거북은 너무 느리니까.)


이전 24화 그늘 아래에서 쉬는 사람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