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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Feb 03. 2024

일상은 흰 종이처럼 단조롭기에 무수한 영감을 준다

패터슨

  일상은 단조롭다. 때로는 그 단조로움이 지루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패터슨의 주인공인 패터슨은 그런 일상을 살아간다.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내내 버스 기사로 일하면서 같은 노선을 반복해서 운행한다. 영화는 패터슨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 버스를 운행하는 장면, 집에서 항상 우체통의 편지를 꺼내 퇴근하는 장면 등 비슷한 장면을 같은 프레임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관객으로 여금 마치 패터슨의 반복되는 일상을 같이 체험하는 느낌을 주게 한다. 반대로 패터슨의 아내는 그와 전혀 다르다. 예술을 좋아하고 즉흥적이다. 나쁘게 보자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패터슨과는 다른 한량의 삶을 산다고도 볼 수 있다. 어디서 어떻게 만났을지 모르는 이 두 사람의 삶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무던하게 흘러간다. 패터슨도 아내의 즉흥적인 삶을 무던히 받아들이고 아내도 패터슨을 구박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삶의 단편을 보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부부의 일주일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패터슨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우선 패터슨은 마을 이름인 패터슨과 동일한 이름을 갖고 있다. 또 그는 2G 폰조차 없이 생활한다. 이보다 그를 더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시를 쓴다는 것이다. 아침에 버스를 운행하기 전 또는 점심을 먹으면서 시를 쓴다. 그는 버스를 운행하는 도중에도 시를 쓴다. 시의 영감은 그의 삶에서 나온다. 때로는 작은 성냥도 그의 글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아내이다. 영화 나오는 대부분의 시에서 아내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는 부끄러움이 많아서인지 시를 아내에게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비밀 노트에만 적어두고 항상 지하실에 보관한다. 그래서 영화에서 그의 시는 독백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고 사실상 영화 내에서 그의 시를 읽은 이는 없다. 패터슨과 관객 사이의 비밀로 존재하는 시이다.



  영화 속 패터슨이 독백으로 읊는 시는 그의 삶을 재조명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찌 보면 패터슨도 잊고 살는지 모르는 일상의 가치이자 예술이다. '일상을 재조명하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떠올랐던 것은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그들은 패터슨처럼 특출 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다큐로 본 그들의 삶은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다. 개개인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삶의 진동이 음률이 되고 그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울림을 준다. 영화는 그런 일상이라는 삶의 예술을 시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은 마치 흰 종이와 같아서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파장을 주며 개개인의 일상을 하나씩 채워간다. 그러한 일상은 한 발자국 뒤에서 보면 그건 비로소 하나의 시가 된다.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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