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완벽해지려 하는) 사람'과의 대화는이토록 지칠까?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다분히 소통의 문제이고 그 상대방 - 완벽한 사람이 언젠가는 나 자신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강으로 글을 써봅니다.
때문에 이 글은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팀원들과 진정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싶은 리더
✓ 완벽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친 전문가
✓ 클라이언트와 더 깊은 소통을 원하는 코치/컨설턴트
✓ 투자자나 피칭에서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은 창업가
나에게는 멘토 같은 영어 단어가 하나있다. 사회 초년기 은사님으로 부터 배운 그 단어,
바로 'Vulnerability' - '취약함'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들렸던 이 단어가 지금까지 나에게는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라고 믿게 되었다. 요즘 들어 더욱 확실해지는 것은, 개인의 취약성을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에 끌린다는 사실이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취약함의 힘'을 말한 연구자이자 강연자로 잘 알려진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기업가는 아니지만, 실리콘밸리의 많은 창업자들에게 ‘취약함이 곧 용기’라는 개념을 확산시킨 인물입니다. 그녀의 TED 강연 “취약함의 힘(The Power of Vulnerability)”은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많은 창업자들이 자기 고백, 실수 인정, 감정 공유를 리더십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랑이나 과시로 점철된 대화, 잘난 척하며 일방적으로 떠드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이제 불편함을 넘어 몹시 피로감을 안겨준다. 반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실패를 담담히 이야기하며, 여전히 배워가고 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놀라울 정도로 편안하다.
그들의 솔직하게 고백하는 취약함 앞에서 나 또한 가면을 벗게 되고, 진짜 나를 드러낼 용기를 얻는다.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스페이스X 창업자, 엘론 머스크(Elon Musk)역시 2008년 테슬라·스페이스X가 모두 파산 위기에 놓였던 시기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며,
“나는 바닥까지 무너졌고, 사람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합니다. 그 진솔한 고백 이후 많은 투자자와 동료들이 그를 지지하게 되었다고 스스로도 회고했습니다.
왜 자신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모르는 걸까? 취약함을 고백하는 것은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용기를 낼 때 일어나는 일은 놀랍다.
소속감과 연대감이 증폭된다. 더 확실한 효과는 '편안함'이다.
상대방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고, 서로의 상처와 고민을 나누며 진정한 연결이 시작된다. 완벽해 보이려 애쓸 때와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편안하고 안전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벤 호로위츠(Ben Horowitz)
Andreessen Horowitz 공동창업자인 벤 호로위츠는 그의 책『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에서, 그는 창업자의 고통과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순간들을 아주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나는 겁이 났고, 자존감이 바닥이었으며, 회사를 망칠까 두려웠다”는 등의 문장을 통해 완벽하지 않은 리더로서의 고백이 오히려 공감과 존중을 얻는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최근 한 지인이 나에게 보낸 메시지가 깊이 와닿았다. 20년이상 스타트업 투자육성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로 인정받는 그가 제주에서 겪고 있는 이야기였다.
"요즘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전에 한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받으면서, 제가 알고 있다고 여겼던 지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동안 창업 경험이 있는 분들과 주로 소통하다가, 이제 막 창업을 고민하기 시작한 분들을 만나면서 정작 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내 안의 지식이 부족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식들이 기본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그냥 알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했던 것이라고. 대학원 과정 교수님의 "남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정작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씀이 뼈아프게 다가왔다고 했다.
"남쪽 끝 제주에서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다시 보니 제가 가르쳐야 할 대상이 오히려 저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네요."
그의 메시지를 읽으며 나는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다시 배우려는 겸손함. 그 순간 그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졌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또 다른 일화가 떠오른다. 스타트업 코치로 활동하는 한 후배가 일본 무대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일본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의 퍼실리테이터 겸 코치로 나서는 것이었는데, 그는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 있었다.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일본어도 완전하지 않고, 일본 시장도 잘 모르겠고..." 그의 걱정이 손에 잡힐 듯했다.
그때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하려 하지 마. 오히려 솔직하게 너의 취약함 청중에게 고백하고 인정해보자. 한국에서 온 코치로서 일본 시장을 배워가고 있다고, 나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배우고 싶다고 말해봐. 그러면 훨씬 편해질 거야."
몇 주 후 그에게서 온 연락은 놀라웠다. 워크숍 첫 시간에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털어놓았더니, 참가자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완벽한 전문가가 아닌, 함께 배우고 성장하려는 동료로 받아들여진 순간이었다.
어쩌면 자칭·타칭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일수록 'Vulnerability'가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에게서 우리는 더 큰 신뢰를 느낀다.
무엇보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된다. 완벽함을 강요받지 않는 공간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짜 성장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제주의 그 전문가처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할 만큼 제대로 알고 있는가?"
그 작은 용기와 정직한 성찰이 더 깊고 의미 있는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레이 달리오(Ray Dalio)
세계 최대 헤지펀드 Bridgewater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그는 자신의 책 『Principles』에서, 회사 내부에서 실수와 약점을 철저히 공유하는 문화(radical transparency)를 강조합니다.
이 문화는 조직의 문제를 빠르게 드러내고 모두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고 믿었고, 이는 Bridgewater의 성공적인 성장 기반이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 호스트와 마스터코치로 운영해온 - 한달에 오롯이 창업자 한면만 초대해서 대화형 코칭으로 운영한는 ‘피칭살롱-창업자의 진짜 기업가치를 찾아주는 공간’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창업가들이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낼 때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을 보게됩니다. 완벽한 척할 때는 혼자였지만, 솔직해질 때는 동료들의 응원과 조언이 쏟아지죠.
다음 글에서는, 최근 피칭살롱에 함께한 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자신의 취약함을 고백하고, 진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는지—그 극적인 변화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창업가의 진짜 기업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오늘 하루, 당신도 한 사람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요? 완벽한 척하기보다는 솔직한 고민을, 성공담보다는 실패에서 배운 것들을 나누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