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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경험에 역량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자기인식 역량

3-8. 경험에 역량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법 (자기인식 역량)


아이들의 경험에 ‘~~역량’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세요. 경험에 부여하는 의미와 해석이 경험 자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사소한 경험이라도 ‘역량’ 이름을 붙여 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자랍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역량으로 연결시키는 법을 알고 자랍니다. 

 

경험을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어떤 일도 시간 낭비는 아니다. [오귀스트 르네 로댕]


다양한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그 경험에 의미를 주는 일입니다. 힘들었던 경험도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보석’이 될 수도, ‘악몽’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법을 잘 모릅니다. 일상적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주로 부모를 통해 배웁니다. 좋지 않은 경험이라 할지라도, 배움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찾아내고, 이 배움이 ‘역량’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자라는 데에 부모의 역할이 큽니다.  


부모가 할 일은 

1. 아이가 경험한 것을 자세하게 말할 수 있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잘 들어줍니다.

2. 아이가 자신의 경험에서 배운 점을 찾을 수 있게 질문을 합니다. 

3. 아이가 ‘배운 점’에   ‘_____ 역량’ 이름을 붙여주면 됩니다.


저는 경기 꿈의 대학에서 “역량과 스토리를 돋보이게 하는 자기소개 작성하기”   수업을 했습니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자신이 어떤 역량을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할 지 배우면서 역량을 기반으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수업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찾고 드러낼 수 있도록 소그룹활동을 활용합니다. ‘내가 참 잘한 일’, ‘약점을 극복한 경험’, ‘낙담했던 일’ ‘남다른 경험에 대한 이야기’ 등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게 합니다. 역량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료도 제공되어 그것을 참조하며 서로의 역량을 찾아 줍니다. 매시간 ‘오늘의 수업에서 배운 것,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데, 대부분 학생들의 대답은,


“선생님~ 이런 것이 역량이 될 수 있는 것, 처음 알았어요” 입니다. 


저는 수업 동안 학생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떤 '역량의 표현'이 적합할지 고민합니다. 특히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더 많은 역량을 찾아내어 마치 꽃다발을 전해주는 듯한 느낌으로 제시합니다. 웃음이 많은 학생에게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의사소통 능력'이라는 역량을 지목하고, 조용한 아이에게는 '깊이 생각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이라는 역량을 언급합니다.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을 자신있게 표현하는 자신감'과 같은 역량 이름을 부여합니다. 이런 식으로 역량으로 말해 주면 학생들은 마치 마술사의 마법을 보듯 기뻐하며 즐거워합니다. 저도 마법의 힘이 느껴지며, 내가 역량 이름만 붙이면, 그 학생의 역량이 팍팍 자라는 기분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부모들도 이런 기분을 알며 좋겠습니다. 


한번은 ‘자신을 한문장으로 소개하기’를 했는데, 한 학생이 ‘맡은 일을 집중해서 끝낼 수 있는 XXX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대단한 스킬이네, 집중력이라니. 정말로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지금까지 가장오랫동안 집중한 시간은 몇시간이었어?”


 “한 번은 8시간 동안 한 작업에 몰두한 적이 있어요. 제가 한 영화를 봤는데 정말 맘에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대본을 찾아 보고, 대본을 따라가며  다시 영화를 봤던 적이 있어요. 8시간이 지났더라고요.”


“와! 8시간을 몰입한 경험을 가졌네. 대단한 경험이야. 이 경험으로 뭔가 배웠거나 느낀 점이 있어? ”


“대본을 따라가며 영화를 보니 처음에 보지 못한 디테일한 부분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내가 몰랐던 세세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집중하면 어떤 일이든  효율적을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바로 그거네. ‘디테일을 볼 수 있는 관찰력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집중력의 소유자! XXX입니다’로 쓰면 되겠네. 그리고 너의 강점은 


(1) 디테일을 찾아내는 능력

(2) 남들이 놓치는 것을 볼 수 있는 관찰력

(3) 일을 효율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 이렇게 세가지로 정리가 되겠는 걸”


“선생님, 그렇게 보니까 저도 생각보다 많은 역량을 가지고 있네요. (하하) 전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이 학생은 ‘한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경험한 집중력을 떠올렸고, 그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끄집어 내는 식으로 역량을 찾아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생각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정에서 아이의 경험에 대해 ‘이끌어내기’를 적용하면서 역량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이끌어내기 (Drawing People Out): 참여자에게 코칭이나 강요함없이 아이디어를 명확히하고, 발전시키며 세련되게 해주는 기술이다. ......이끌어내기는 “나는 당신 편입니다.”“여기까지 이해했습니다. 좀 더 말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준다. 이러한 메시지는 발언자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더 많이 말하게 하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민주적 결정방법론, 퍼실리테이션 가이드, 경청의 기술2. 이끌어내기 P70>


“하라는 공부 안 하고 영화에 8시간 매달려 있어? 게다가 대본까지? 고2가 그럴 시간이 있어? 큰 일이라니까” 대신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대단하다. 8시간 해 보니 어떻든?”


이런 식으로 이끌어 내기를 하며  경청해 주면,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역량이라는 가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에게 어떤 역량의 이름을 붙여줄지를 궁리하면 됩니다. 집중의 이왕이면, 이 시대에서 요구하는 역량이면 더 좋겠습니다. 잘 관찰해 보면 아이들은 이미 이 시대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능력은 ‘역량에 이름이 붙여지면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활동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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