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딱 맞게 들어가는 작은 대야에 앉아 물놀이를 하던 아이가 잠시 조용하다.
대뜸 날 향해, "엄마 자몽 같아"
응?
여기저기 세차게 문질러 놓은 내 피부가 아이 눈에 꼭 그리 되었네.
그 장난기 어린 눈가를 따라 내 표정도 요렇게 말려 올라간다.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참 붉디붉다.
더운 습기처럼 욕실을 꽉 채운 우리의 웃음소리.
"하하하하하하"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얼른 씻고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했지만,
내가 짠 바디워시는 하필 자몽향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