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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명대성 Apr 14. 2020

적당한 거리두기

우리는 누구나 주관적이다

                                                                                                                                                                  

본심本心

[명사] 원래부터 변함없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 마음,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참마음이다.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본심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긍정적 해석과 부정적 해석이 가능한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을 달리한다. 어떤 해석을 내어놓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대립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 가장 사실적이고 신뢰할만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밑바닥을 많이 구경한 사람은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반대로 사람의 좋은 면면을 경험한 사람은 사람에게 긍정적이다. 둘 다 틀리지 않지만 둘 다 맞지도 않다. 다만 둘의 경험이 다른 것일 뿐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내 주변에 유독 나쁜 사람이 많았다던가, 유독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외부로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보고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라고 쉽게 단정 짓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언행불일치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논어를 너무 심오하게 읽었거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다. 심지어는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까지도 다른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상대의 행동을 보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본다. 그래서 같은 사람을 보고도 좋게 보는 사람과 나쁘게 보는 사람으로 나뉜다. 일반적이라면 자신에게 득(해가 되지 않는 사람을 포함)이 되는 존재는 좋은 사람이고 악(이익이 되지 않는 사람을 포함)이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된다. 이렇게 나뉘는 것은 생각이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충돌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견 차이는 극복이 가능하지만, 경험의 차이는 극복이 매우 어렵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꼰대스러워 지는 것은 스스로 경험치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난리다. 세계 각국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고, 사람들은 어수선하다. 경제까지 집어삼키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분야를 가리지 않기에 사람들의 불만은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전염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다들 힘든데 특히 나는 죽을 맛이라는 이야기였다. 지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모두 힘든 것이 사실인데 특히 유독 자신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았다고 말이다. 맞다.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지인과 내 일이 같은 일이기 때문에 사정을 조금은 이해한다. 나도 모든 일이 끊겨버렸다. 어느 정도가 아니라 모두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보편적인 생각이 될 수 있을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코로나19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음식점 하는 사람은 음식점에 타격이 가장 컸고,

의류점을 하는 사람은 의류매장의 타격이 가장 컸고,

학원을 하는 사람은 학원의 타격이 가장 컸고,

기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타격이 가장 컸고,

종교인은 종교시설의 타격이 가장 컸고,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은 의료인에게 타격이 가장 컸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찢어지는 슬픔보다 제 손가락의 가시가 더 아픈 거다. 다른 사람의 미어지는 슬픔보다 자기 신발의 모래알이 더 아픈 거다. 욕을 할 수도 없고 욕을 할 이유도 없다.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슬픔에 대해 아무렇게나 대하거나 무시하는 방법으로 사용하지는 않아야 한다. 우리가 이기적이고 주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해도 짐승처럼 사는 것은 너무 후지다. 


사람은 모두 주관적이다. 많이 모여진 주관은 객관화가 되고, 모여지지 않은 주관은 세상과 동떨어진 행동이 된다. 우리는 이 사실만 인정할 수 있어도 많은 것을 달리 생각할 수 있고 달리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스팩트럼을 넓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Writer 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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