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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쌤 Apr 21. 2022

봄비처럼 싱그러운 하루

레모나처럼 상큼한 아침

 차 시동을 켜고 지하주차장을 나오는데 하늘이 어두 컴컴한 것이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내일 하기로 했던 텃밭 가꾸기를 급하게 오늘 1교시로 당겨온다. 교무실에 들리는 와중에 만난 교과전담 선생님께 1교시 수업을 오후 수업으로 옮겨달라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을 모아서 텃밭으로 향한다. 

 

어제 바꾼 모둠별로 참외, 대추토마토, 미니수박, 상추 모종을 가지고 일렬로 쭉 서서 노동을 시작한다. 아침에 텃밭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들리면서 후다닥 비닐을 씌워놔서 비교적 손쉽게 모종 심기는 끝이 난다. 학급회의를 통해 키울 모종을 선택했으나 그 모종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2열로 쭉 심어 놓으니 그럴듯하다.  

모종심기를 마치자마자 내리는 봄비

 모종을 다 심고 정리를 하려는 찰나 비가 후드득 내리기 시작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리는 비에 자연스레 교실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내가 아파보였나보다 약을 다 챙겨주다니

 교실에 도착해서 수업을 시작하려고 책상에 앉으니 아이들이 웅성웅성 자꾸 뭘 확인하라고 야단이다. 책상 위에 약봉지 같은 것이 보이길래 이게 뭔가 하며 적혀 있는 글을 읽어보려니 내용물 빨리 확인해보라고 성화다. 약봉지를 열어보니 싱그러운 봄비 같은 레모나가 보인다. 어제 보건 시간에 보건 선생님과 활동을 하며 내 것까지 만들었나 보다. 사소한 관심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 몰래 레모나 한 봉지 입에 털어 넣어 보니 그 상큼함은 오늘 아침의 봄비와 같았다. 근데 내가 외계인을 닮은 거니? 외계인처럼 이상하다는 말이니? 초등학생의 중의적 표현 공격에 정신이 어질어질할 뻔했지만 이 정도에 당할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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