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고를 받으면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한다.
그건 나름 6년 차 기성 작가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쉬운 맞춤법을 왜 틀렸을까.
(분명 맞춤법 검사기 다 돌려서 보냈는데...!)
이 띄어쓰기는 왜 써도 써도 매번 헷갈릴까.
(나름 6년 찬데...!)
대사를 왜 이렇게밖에 못 썼을까.
(쓸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유치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래봐야 수치심의 영역이다.
잠깐의 수치심은 긴 여운을 남기지만, 수정하는데 그리 품이 들진 않는다.
문제는 설정 오류가 있었을 때다.
그것도 뒷 내용에 줄줄이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설정 오류가 있을 때,
멘탈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된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런 식이다.
5화까지 특정 검술을 절대 쓸 수 없는 것으로 설정한 캐릭터가
6화에서 별안간 그 검술의 상위 스킬을 쓴다.
6화에서 상위 스킬을 썼으니 당연히 7화에서도, 10화에서도, 20화에서도,
그 스킬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 스킬에 감탄하는 주변인들의 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이야기의 흐름 자체도 그 스킬의 사용을 계기로 흘러간다.
이 경우, 작가는 그와 연관된 내용을 전부 다시 써야 한다.
얼핏 보아선 '특정 스킬을 쓸 수 없다'는 5화의 내용만 수정하면 될 것 같지만,
그러면 그전에 서술한 설정이 전부 붕괴된다.
특히나 웹소설의 경우 초반 1~5화까지의 후킹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의 설정을 수정하면 글 전체가 무너진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오류가 난 지점부터 그와 관련된 내용을 일일이 찾아 수정하는 것뿐인데,
그러려면 그 오류와 관련된 서술이 정확히 몇 편, 어느 부분에 있는지
1화부터 완결까지 다시 글 전체를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검토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당연히 못 잡아내는 부분이 있다.
편집자님 역시 사람이므로 오류가 포함된 내용을 못 찾아낼 수 있다.
이 상태로 출간이 되어버리면?
리뷰 창은 그야말로 처참해진다.
참고로 리X 독자님들은 혹평을 아주 상세하게, 공들여 써주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웹소설(단행본)은 출간 후 한 달 정도에 가장 많은 매출이 오르는데
이 시기에 설정오류를 꼬집는 리뷰가 하나 달리기 시작하면
평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그 뒤의 매출도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매출은 그렇다 치자.
슬프지만, 어차피 잘될 작품은 설정 오류가 살짝 있어도 잘 된다.
(재미만 있으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작가는 끔찍한 딜레마에 빠져들게 된다.
1. 지금이라도 설정 오류를 수정할 것인가
2. 리뷰가 어떻든, 매출이 어떻든,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
1번을 선택할 경우 수정한 파일을 업로드하면
해당 페이지에 파일이 수정되었다는 알림이 표시된다.
새로 구매하는 독자는 수정된 파일을 다운받고,
기존에 구매한 독자는 받은 전자책을 삭제 후 수정된 버전으로 다시 받을 수 있다.
대신, 이미 질릴 만큼 검토한 원고를 다시 수정하는 과정이
꽤나 번거롭고 속된 말로 '토가 나온다'.
편집자님 보기가 민망해지는 것은 덤이다.
2번을 선택할 경우, 두고두고 마음이 불편하다.
그 작품이 어설프게나마 팔리고 있을 땐 더 그렇다.
한 작품만 내고 때려치울 거라면 모를까, 이 길을 계속 가기로 한 이상
그 작품은 필명을 바꾸거나 출판사와 계약 해지를 하지 않는 한
계속 내 필명에 따라다닌다.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설정오류 댓글은 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아. 어쩌란 말이냐...!"
그런가 하면 이런 경우도 있다.
나는 분명 감정선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전체적으로 읽어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
이건 쓰는 사람은 잘 모르기 때문에
1교나 2교때 편집자님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된다.
이때는 그 감정선을 연결하기 위해 중간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추가해야 하는데
그 역시 보통 일이 아니다.
후련한 마음으로 완고 보내고 편하게 쉬고 있는데,
혹은 그다음 작품 시놉시스를 열심히 짜고 있는데,
별안간 '기존 작품에 에피소드를 추가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꼭 헤어진 구남친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절로 피어오른다.
다행히 나는 출간 전에 대부분의 오류를 발견해 수정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아무튼, 그렇게 첫 번째 졸작이 무사히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