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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라빛 Jul 08. 2021

[영화 모디] N극과 S극의 사랑

 

Movie <Maudie> 2016


두 종류의 사랑


주말에 모디.영화를 시청했다.

관절염 환자이자 죽는 날까지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린 그의 삶에 이끌렸다.


사랑엔 두 종류가 있다.

첫눈에 강한 이끌림을 느끼는 사랑과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한 것에 이끌린다.

N극과 S극처럼 반대인 것도 해당된다.

같은 N극끼리의 끌림도

다른 NS극끼리의 밀어냄도

거부할 수 없다.


모디와 그의 남자 애버렛의 첫 만남은 누가봐도 N극과 S극을 넘어 거부하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비슷한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었기에 어쩌면 그런점에서 묘하게 끌렸을지 모른다. 투박하고 거칠기까지한 에버렛은 츤데레 스타일로 첫날 찾아온 모디가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얘기를 듣고 바래다주는가 하면 불편한 몸때문에 집안에만 그림을 그리는 그녀를 위해 투덜대면서도 문에 방충망을 설치해주는 남자다.


그렇다. 입으론 안한다해놓고 다 해주는 남자다.


그런 다정함을 알아봤을까. 모디는 비록 애버렛보다 똑똑하고 현명해도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낮출줄 아는 여자다. 그를 진정 사랑했기 때문이다. 괴팍한 그의 성격은 말년에 그녀의 아픔을 건드리고 결국 모디는 잠시 떠나있게된다.



외로움을 넘어선 사랑


평생 자신의 곁에 있어준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게되고 외로움을 넘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된다. 용서를 빌러 찾아간 그에게 늘 그렇듯 미소를 짓는다. 모디는 늘 그렇듯 위트있는 편안함으로 애버렛의 마음을 열어준다.


모디:  저기 하늘 좀 봐요. 구름이 당신 표정을  보고 웃고있네요. 인상 좀 펴요.

애버렛: 떠나지 마.

모디: 누가 떠나요.

애버렛:  당신.

모디: 안 떠나요.

애버렛: 당신 눈엔 구름 밖에 안보여?

모디: 당신은 그래요?

애버렛: 내눈에 모디 당신밖에 안보여. 처음 본 그날부터.


애버렛은 몸을 부대끼며  십년이 같이 산 후에야 그것이 진정 사랑이었음을 고백한다. 자신이 살아온 여자가 평생을 함께할 사람임을 이제서야 알게되다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인가. 첫눈에 반해서 금새 식어버리고 헤어지는 사랑보다 몇 만배 더 깊이있고 이것이 평범하지만 진짜 사랑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그리고 폐병으로 결국 모디는 움직일수조차 없게된다. 애버렛은 혹여 그녀가 떠나게될까 노심초사 돌본다. 더이상 붓도 잡을수 없을만큼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붓을 잡고 벽에 색을 칠한다. 아마도 자신이 곧 떠날것을 알고 남은 애버렛을 위한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의 죽음직전 애버렛은 울며 말한다.


'난 왜 당신이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을까'

'이리와요.'


모디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애버렛을 원했고 그런 모디의 얼굴을 서로의 얼굴로 쓰다듬으며 회환의 눈물을 흘린다.



어쩌면 사랑은 처음이 아닌
끝에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모디가 떠나고 홀로남은 집.

애버렛은 환기를 자주 시켜주라는 의사의 말에 따라 그녀의 영혼을 위해 모든 문을 열어두었다. 바람이 스친다. 그녀가 인사라도 하는걸까. 애버렛을 쓰다듬는다. 온집안에 모디의 흔적과 사랑이 남아있고 집을 둘러보고 문밖으로 나간다. <for sale> 푯말을 소중히 들고와 문을 닫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난다.


어쩌면 사랑은 처음이 아닌 끝에 가봐야 알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첫 끌림으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이것이 과연 사랑인지 의문이 들때가 많다. 평범하고 흔해져버린 일상에서 혼란스러울때도 있다. 그렇다고 젊음의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함께 늙어가며 어느 순간 서로가 되어버린 노년의 사랑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친구같이 편안한 중년의 사랑에도 가끔은 설레임이 존재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만이 아닌 귀엽고 아이같은 면모에도 사랑은 존재하니까.





추천음악: Tonight I Celebrate my love




2021년 4월 27일

봄꽃이 만개한 날 광교호수공원에서.

귓가에 멤도는 노래가사가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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