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기생하는 작가의 유형

당신은 진정한 작가입니까?

by 일상라빛


나의 직업은 작가인가?



저의 삶은 요즘 글쓰기가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시세끼 밥을 챙겨먹는 것 외에 노트에 저장된 글을 맛있게 요리하고 손질하여 브런치에 올리는 일에 빠져있습니다. 마치 3년 전 소설을 쓸 때와 같이 말이죠. 출산과 육아로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소설로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피울 곳 없는 열정을 그 속에 온전히 몰아 넣었었죠. 출간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등단을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못다피운 나 자신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 안에서 난 자유로웠고 마음껏 유영하고 항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의 감정을 요즘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와 여전히 엄마인 두 가지 범주가 날 가두고 있기에 글쓰는 작업 몰입도는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매일 글을 쓰지만 이틀에 한 번 연재합니다. 매일 두 세개의 글을 올리는 작가도 있지만 구독자의 입장에서 밀린 신문 구독처럼 부담으로 느껴지기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내가 구독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충분히 음미하며 댓글을 달고 또 답글을 다는 최적의 시간이라 여겨집니다. 신중히 좋아요를 누르고, 어느 부분 어느 구절에 마음이 가서 와닿았는지 그 작가와 그 시간에 올라온 글만을 위한 코멘트를 하는 일이 즐겁게 느껴지는 48시간. 또 한 가지는 숙성의 의미도 있습니다. 글에도 발효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한 소절, 한 구절, 한 문장, 한 단락 되집어보고 스스로 음미하는 과정을 통해 글은 더욱 맛있게 익어갑니다. 브런치에 '작가의 서랍'이란 기능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넣어두고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고, 익었다 싶으면 밥상에 올리면 되니까요.


그럼 현재 나의 직업은 작가인가? 생각이 들더군요. 질문의 발상은 한 작가님의 댓글을 통해서였습니다. 댓글을 달며 누구에게는 '작가님'이란 호칭을 쓰고, 누구에게는 '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걸 보고 자문하게 되었지요. 기준이 뭘까? 등단과 출간의 기준인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님'이라는 일반 사람인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간 서로 소통하고 글로서 친분있는 사이에게서만 작가란 호칭을 붙이는 것이라기엔 이 프로 부족한 의심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모두가 작가인가? 라는 의문으로 시야가 번졌습니다. 질문을 바꿔 말하면 제게 모두가 작가로 느껴지는가? 아니다!였습니다.


누구를 인정하고 누구를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



브런치에도 작가의 유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1) 글쓰기를 진정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

2) 글쓰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 치유받고 성장하는 사람

3) 인문학적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

4) 브런치를 블로그(SNS), 홍보수단으로 착각하는 사람

5) 가입만 한 일반 사람


이 모두이거나 이 중에 하나 이거나 혹은 아무것도 아니거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부류의 작가인가? 되짚어보는 아침입니다. 작가가 아닌 '사람'으로 표현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5가지 유형을 모두 작가라 칭할 수 없기 때문입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1번과 2번의 사람입니다.


사회 통념 상 요리하는 모든 엄마들이 쉐프로 인정받는가? 십수년간 가족을 위해 주방에서 요리한 그들을 소개할 때 우리 쉐프가 아닌 우리 엄마라고 합니다. 이유는 정식기관을 통해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의 자격증을 발급받았는지의 기준이죠.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저는 작가가 아닙니다. 책을 출간하지도, 문학적으로 인정받아 등단을 하지도 않았으니까. 이쯤에서 다시 '브런치'란 공간이 추구하는 작가의 가치에 대해서 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런치는 진정한 가치실현을 하고 있는가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브런치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단, 작가로서 인정은 절차와 관문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님을 표하고 있지요. 브런치에서 승인하는 작가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브런치에서는 작가를 승인할 때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인가, 어떤 주제로 어떻게 글을 쓰는가를 중점으로 보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는 작가신청란의 질문 카테고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블로그와 오디오클립을 통해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아 이렇게 작가란 신분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이 점은 SNS와의 큰 차이점입니다. 언제고 몇 개의 필명으로 블로그를 개설하여 입맛대로 글을 올리는 블로그와는 다름을 의미합니다. 맛집 정보도 올리고, 체험단 후기, 자랑하는 사진과 상업적 홍보로 가득찬, 때로는 거짓이 난무하는 글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란 얘기죠.


진정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사람만이 자유롭게 글로 향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특성상 출간한 작가, 인기있는 글이 조명받고 추대되기는 하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브런치 김도형 작가의 말처럼 '모든 작가의 글에는 한 두 줄의 빛나는 명 문장이 존재함'을 인정해주고 이들도 조명해주길 바람은 있습니다. 브런치는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게 글에 정진하는 작가들을 위해 과연 일을 하고 있는가? 작품있는 브런치라는 브랜드 이미지에만 치우쳐 문학적 공간으로서의 소통 장치와 문화에 대해서 작가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가?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의 진정성



1) 글쓰기를 진정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

2) 글쓰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 치유받고 성장하는 사람

3) 인문학적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

4) 브런치를 블로그(SNS), 홍보수단으로 착각하는 사람

5) 가입만 한 일반 사람


또 한가지는 작가들의 '진정성'입니다. 브런치의 가치와 문화를 잘 가꾸고 유지하는 것은 작가들의 몫입니다. 진정한 자신의 민낯에 가면을 드리우는 것을 내려놓아야 하지 않나 싶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4번과 같은 유형의 사람입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그것을 뭐라 할 수 는 없습니다. 작가는 모두 관심과 사랑을 요하는 존재이고 인문학적으로 소통하는 존재들입니다. 저 또한 '좋아요'와 '구독자 수'에 연연합니다. 가끔 가면을 쓰기도 했습니다. 다만,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글을 도구적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이를 홍보하는 건 작가로서 독자의 애정을 요하는 행위이므로 괜찮습니다. 단 한 줄이라도 그 문장을 위해 고뇌하고 창작했다면 평가받고 싶고 알리고 싶은게 작가의 본질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글은 없고 소통과 홍보에만 연연한다면 그것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1번과 2번은 '글쓰기'가 주입니다. 3, 4번은 그 외의 것이 목적인 사람들입니다. 3번은 글은 쓰지 않고 댓글과 좋아요만 누르는 사람, 글을 염탐만하고 가는 사람입니다. 좀 에매합니다. 작가라면 염탐하는 것도 글실력에 필요한 일입니다. 타인의 글은 영감이 되고 작가로서 성장하게 하니까요.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이미 작가로 반열에 오르신 분들도 타인의 취향을 알기위해 신간서적과 신인작가들의 글을 탐구합니다. 글쓰는 작업 이전에 인문학 지식과 소양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면 언제든 환영할 일이고 또 인정할 일입니다. 타인의 글을 탐구탐독했다면 한 단어라도 글로써 표현할 줄 알고 또 이로써 소통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것이 3번이 가진 진정한 '인문학적 소통'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3번은 작가로 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겁니다.


4번은 홍보나 과시용 자기PR, 링크글입니다.

직접 고뇌하여 쓴 글 대신 자신이 발행하는 잡지의 링크를 달랑 걸어두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일부 작가님들의 지적처럼 블로그나 기사를 그대로 '복사+붙여넣기'하는 식이죠. 본문에 자신의 글을 쓰기도 합니다. 거의 이력이나 직업을 나열하여 '자기PR'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번째 경우는 아직까지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맛집리뷰와 링크를 걸어 이곳이 블로그인지 브런치인지 착각할 정도의 글을 올리시는 분도 계십니다. 사실 블로그맛집이 블로거들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만큼 더이상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지요. 유투브, 블로거, 인스타의 상업성 광고를 목적으로 구독자들을 기만한 사례가 세간의 질타를 받는 요즘 브런치에 올라온 맛집리뷰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브런치는 브런치에서만이 볼 수 있는 다양한 '리뷰의 세계'가 번영하기를 바랍니다.



작가가 만드는 소통문화



글로 신음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글로서 진정 소통하고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글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이 구독버튼을 누른 작가의 서랍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매일 오는 신문처럼 매일 읽는 것이 부담이 된다면 구독버튼을 누르는 것에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구독하기'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기'와 같습니다. 또한 작가로서 구독자를 사랑하는 마음도 가져야 합니다. 매일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준 사람들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봐야합니다. 화분에 물을 주듯 응원과 지지를 줄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고 작가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자 글로서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야 작가로서 글을 쓰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한 작가의 강렬하지만 인상깊은 글을 접했습니다.

'저기요, 더이상 구독을 받지 않을게요.' 제목으로만 봐서는 언뜻 오만해보일 수도 있는 문구였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어가며 내 얘기였고 뜨끔하기도 했고 일정부분 공감이 가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무의식적으로 구독자 늘리기식 구독버튼을 누르고 있음을 일침하는 글이었습니다. 글의 요지를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내 구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피드에 올라온 글을 세심히 읽고, 어떤 구절과 어떤 문구가 와 닿았는지 애정있는 댓글을 다는 것 만으로도 지금 벅차다. 소수 작가들과 진정으로 글로써 소통할 것이다.' _김도형 작가(본문 글 요약)


소신있는 그의 발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개적으로 선언을 한 용기있는 행동이 소신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제 행동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진정으로 소통하지 않을 거면 구독하지 말기를 정중히 부탁하는 글이었으며 이 시대에 팽배하는 온라인 소통문화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부메랑을 던지는 글이었습니다. 그 부메랑은 저의 마음으로 돌아왔고,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이되고 질문을 던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글이자 진정한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나는 어떤 구독자인가?를 넘어 나는 어떤 작가인가?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를 넘어 나는 진정으로 글을 쓰는 작가인가?
브런치 작가라면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작가의 빈집



6) 글이 없는 빈집인 작가


이쯤에서 6번을 추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한 작가의 서재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브런치 메인에 오르거나 유명한 작가의 서랍을 들어가보니 빈집이었다. 오래전에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지금은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 된 빈방이었다.'


휴식을 취하는 중 일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활동을 안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브런치의 행동에 일각을 곤두세웠습니다. '브런치는 글쓰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왕년에 글 좀 쓰며 잘나갔던 사람보다 현재까지 꾸준하게 글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를 조명해야 하지 않을까? 브런치는 메인에 저자와 책을 홍보하는데 좀 더 신중한 기준을 두어야 할 것이다' 빈집이라 표현한 작가의 의도도 저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누구를 인정하고 누구를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로 회귀합니다.


등단 작가, 출간 작가만이 진짜 작가란 호칭을 쓰는 것도

브런치 메인에 등장하는 스타작가만 홀릭하는 것도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만 작가로 인정하는 것도

결국 누구를 작가로 인정할 것인가의 결정은 독자의 몫입니다.


'진짜 작가'가 될 것인가, '진정한 작가'가 될 것인가?

누구에게 인정받는 작가가 될 것인가?

그 어떤 것이든 작가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작가입니까?



존경하는 박완서 작가, 애정하는 신현림 작가도 유명세의 시작은 독자로부터의 인정에서 출발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유명세 이전에도 이후에도 글쓰기에 매진하며 삶 자체가 글인 진정한 작가입니다.


구독자 수가 몇 명이든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좋아해주고 마음을 담아 댓글로 응원해주는 독자가 있다면 작가로서 목표는 이룬 것 아닐까요? 오늘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 수 있다면, 내 글이 그 시간 그 순간에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었다면, 내 시선이 머문 그곳을 함께 바라봐 주고 저마다의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주었다면 그 또한 작가로서 의미있는 삶이 아닐까요?


저는 유명한 작가의 화려한 빈집보다는 진정한 작가의 소박한 집이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글쓰기를 진정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 글쓰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 치유받고 성장하는 사람, 단 한줄의 문장이라도 고뇌하고 신음하여 창작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 소수의 구독자라도 아끼며 글로써 응원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진정한 작가라 생각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TV출연하며 더 유명해졌어도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글쓰기에 매진하는 사람이기에 더 빛이 납니다. (故) 박완서 작가는 고인이 된 후에도 생전 서랍 속 작품들이 무수히 쏟아져 지금까지 책으로 출판되고 있습니다. 사후에서도 본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 팬들에게 그리움과 삶의 이유를 글로 선사하기에 더욱 빛나는 사람입니다. 이 두분은 '찐'작가이자 '찐정한 작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브런치 내에서는 적어도 글을 사랑하고 글 쓰는 작업에 신음하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작가'로서 인정해주고 칭송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지금은 브런치에 기생하는 작가일지라도

언젠가 자유롭게 독립하는 작가들을위해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2021년 1월 30일 짓다

2021년 2월 17일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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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 작가님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jpg








오늘도 글에 정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진정 글로서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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