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존재감' 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어릴때부터, 나는 내가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나는 늘 그 어떤 단체생활이나 혹은 관계에서,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감을 심어주는것에
굉장히 연연해 했었다.
어느정도였냐면
내가 그저 그런,
아무런 존재감 없는 사람으로 기억되느니
차라리 그 사람의 기억속에서 완전히 잊혀지는 편이 나았다.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는 모든 관계가 힘이 들었다.
자연스럽지 못했고,
가끔은 나를 포장해야 했고,
편안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했다.
나의 존재감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자라나서
자꾸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스스로를 외롭게했다.
나에겐 너 밖에 없는데,
어떻게 너는 나와 똑같이 친한 친구가
그렇게 여럿 있을 수가 있어?
너는 나 말고도 사랑하는것들이 많잖아.
여름이면 서핑을 하고, 겨울이면 보드를 타고,
내가 아니어도 넌 항상 다른 사람들과 웃고있잖아.
이런 생각을 했던 모든것들이
누군가는 나의 낮은 자존감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자존감의 문제와는 조금 다르다.
이것은 어떤 착각 때문이었다.
오히려 일종의
'나르시시즘'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내가 다른 무엇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는 견딜 수가 없었다.
지나치게 피곤했다.
누구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러다 어느날,
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실은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존재라는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모든것이 괜찮았다.
나를 멋지게 포장하거나
스스로를 바꾸지 않아도
친구들은 여전히 내곁에 남아준다.
나를 지나쳐갔던 모든 무엇들에게,
나는 어떤 A이거나 B이거나
혹은 무엇도 아닐것이며,
생김새가 어땠는지,
습관은 무엇이었는지 하는 나에 관한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서 상실 될것이다.
가끔은 나도
구질구질하게 집착할 무언가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주로 요즘은 글과 그림이다.
이것들이 자꾸만 내 구멍을 메워준다.
어느 누구도 그래주지 못했는데.
이제 나는 정말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그동안 사람의 관계들에 지나치게 신경을 쏟느라,
해야할것들과 하고싶어하는 많은것들을
너무 많이 놓쳐버렸다.
내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나는 좀 자유로워지는편이다.
내가 특별하다는 그 착각 때문에
결국 난 특별하지 못한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