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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있는 집이 꿈이었는데.

2025.2월

by Jee

이사오기 전부터 집이 비어있었어서, 종종 들러 쇼파나 의자 같은 것을 두고 갔다. 예전 집에는 들어가지 않는 큰 가구들을 당근에서 들이고, 길거리에서 주운 자개장을 밀어넣고…. 새 집은 넉넉하게 다 받아주었다.


빨간 벨벳 쇼파와 하얀 철제 에그체어만 덩그러니 놓인 거실에서,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도 실내는 포근하게 데워져 있었다. 테라스에 소복히 쌓인 눈을 바라보며 창가에 붙어 앉아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2월 중순에 막상 이사를 하고 나니, 휑한게 왠지 낯설다. 큰 아버지 시골집 같기도 하고, 펜션 같기도 하다. 캣타워를 올리고, 커텐을 주문해 달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자개장 위에 내가 좋아하는 작은 도자기 인형과 피규어, 라디오와 SF 소설, 장식품들을 가득 모아놓고 나니 작은 성황당이 되었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 같은, 내 조각들이 모여 있는 코너. 이렇게 조금씩 내집에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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