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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리씨 Feb 17. 2020

나의 온도, 미지근함

미지근한 물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누군가가 나에게 마실 물을 부탁해오면 '찬물을 달라' 요구하지 않는 이상 최대한 미지근하게, 정성스레 만들어 받아 준다. 음양탕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뜨거운 물을 받은 후 찬 물을 섞어 마시면(순서가 아주 중요하다) 그것을 마시는 사람의 마음이 정화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인지는 몰라도 그 말이 나에게는 참 좋게 들려 그때부터 뜻뜨 미지근한 물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고 있다.


마시는 물의 온도만 달리 했을 뿐인데 굉장히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긴 것 같았다(나의 작은 오해일 수도 있지만). 물 한 모금으로 급한 마음을 진정시킬 때가 많으며 아플 땐 괜스레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을 내기도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운해졌을 때 이 물의 온도를 인심(사람 마음)에 빗대어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너무 뜨거워서 나에게 데인 사람이 많았다. 너무 차가워서 다가오기 힘들다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나 또한 상처 받아 허우적대고 있는 찰나에 물 한 모금 하며 적어도 나는 내 사람들에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저 한결같이 미지근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체온과 가장 가까운 온도 혹은 그보다 조금은 따뜻해도 좋을 것 같다며.

 






찬 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따뜻한 물이 입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왠지 모르게 챙김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단다. 예고 없이 훅-하고 들어온 차가움은 시림을 안겨주지만 예고 없이 훅-하고 들어온 따뜻함은 포근함을 안겨준다. 사람도 체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토록 온도에 예민할 수밖에 없구나.


정말이지 나는

나의 사랑하는 곁사람들에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뜻뜨 미지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한결같이.


그렇게 한번 더 되뇌어 본다.






2015년 10월 15일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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