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대화 중에서
엄마: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가 뭔 줄 아니?
딸:
음, 좋음은 짧고 사랑은 길다. 좋음에는 조건이 있고 사랑은 조건을 초월한다 같은 거?
엄마: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엄마 생각은 이래.
좋아하는 건 감성을 이기는 것이고,
사랑하는 건 이성을 이기는 것이야.
딸:
그게 뭐야~ 쉽게 설명 좀 해봐.
엄마:
이를테면 이런 거. 부부싸움 후, 화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날 아빠를 위해 엄마가 아침밥을 차려주는 것. 연인으로 치면 그런 거야. 싸운 후 화해도 안된 상태에서 옆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물건을 만났을 때, 그것을 사는 행위 정도가 되려나?
하지만 난 이제 굳이 화해하지 않아도 몇 초 후 네 아빠와 농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어. 그렇다면 사랑 다음은 무르익는 정도가 될 수 있겠구나. 함께 익어가는 거지.
엄마, 무르익는다는 표현은 아직 엄마 세월의 겨우 반 보낸 나에게는 너무도 낯설지만 적어도 이성을 이기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우리 싸웠어 그런데 지금 내 손엔, 그 사람을 떠올리며 산 가방이 들려져 있지 뭐야. 뭐 예쁘다고.
좋아하는 건 감성을 이기는 것이고,
사랑하는 건 이성을 이기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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