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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앱 Dec 21. 2023

규칙

지켜야 하는 것

버스가 갑자기 정차할 수도 있으니 손잡이를 꼭 잡던가 일어나지 말고 앉아서 버스가 멈추면 움직이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만 번씩 하는 목소리의 주인을 무시하기라도 하듯 하차벨을 누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들이 꼴사나운 건 그들을 보는 나의 마음이 불안해서이기도 하지만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다치기 싫다는 것이다. 억지로 내리려고 하다 보면 휘청이고 힘을 주게 되는데 그게 너무 싫다. 또, 사람들이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게 없어 보여서 화가 난다. 가끔 내가 너무 규칙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인가, 규칙을 지키면 희열을 느끼는 변태인가 할 때도 있지만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지 말라고 안내해 주는 누나가 무시받을 때도 역시 화가 난다. 바쁜 출퇴근 시간 ‘에스컬레이터 왼쪽 라인에 서서 걷지 않기’는 해보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지만,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나도 가끔 바쁘면 왼쪽줄에서 빠르게 움직이길 원하니 이 부분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중요한 건 사람들이 여유가 없다는 것이고 지키라고 한 것은 지키는 게 맞지 않나 하는 것이다. 바쁜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하는 게 맞는 것이고, 버스기사는 한 명이라도 내리는 조짐이 보이면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을 보여줘야 사람들이 마음 놓고 내릴 것이다. 물론 미리 앞에 가서 서있어야 버스가 빨리 움직이겠지만 그게 중요한가? 사람이 위험한데. 규칙은 지켜야지. 버스가 멈추면 일어나기 운동을 한지도 어엿 반년이 넘은 것 같다. 아직까지 트러블은 없었고 옆에 앉은 아저씨가 내리겠다고 나오라고 눈짓해도 버스가 멈추면 제가 비켜드릴 테니 천천히 내리라고 했던 일은 아직도 자랑스럽다. 가끔은 이런 내가 참 바보 같기도 하지만 규칙을 어기기를 좋아했던 내가 지키기를 좋아하게 됐다는 점은 신기하고 솔직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기는 건 잘하니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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