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하는 이유
4월 초에 코로나 확진으로 침대에 앓아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계획은 물론, 당장 해야 하는 일조차 몸이 좋지 않아 취소하거나 미뤘다. 격리 이후에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심각한 무기력이 찾아왔다. 또한 봄이 되면 날씨를 탄다. 큰 일교차는 사람의 호르몬도 들쑥날쑥하게 만들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러한 시기에 코로나로 인한 무기력함까지 겹쳐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몸과 정신이 내 것이 아닌 상태였다. 그래서 계획했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오늘, 그리고 지금 내게 주어진 현실에서 가장 최고의 행복을 발견하고 누리기로 말이다. 계획하지 않고 매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4월의 유일한 계획이었다.
무계획이 계획이었던 4월은 잔잔하고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오늘 뭐 할까’를 고민했고, 사무실에 출근해서는 ‘이제 뭐 하지’를 생각했다. 그때그때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했고, 갑자기 생각나는 영감을 따라가기도 했다.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다가 유리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날씨가 화창 그 자체였다. 그래서 바로 의자를 박차고 나가 거리를 걸었다. 일은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날씨는 지금이 아니면 누리지 못했기에 날씨를 따라갔다. 따뜻한 햇살 속에 산책을 하며 그동안 내가 쓴 계획표에 나 스스로를 묶어두고 오직 지금에 허락된 순간들을 놓친 것은 아닌지 돌아봤다. 계획이 나의 하루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이대로 충분하고 행복한 하루를 만족하게 하지 못한 건 아닐까. 앞으로 계획하지 말고 살아봐?
하지만 5월을 시작하며 다시 이전처럼 한 달 계획을 썼다. 내겐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지금은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기에 계획이 필요하다. 공격적인 5월을 살고 싶다. 느린 4월을 보내며 몸과 내면, 정신에 힘을 가득 채웠다. 배터리도 완충했고, 날씨가 더워질수록 난 에너지가 높아지는 사람이기에 5월을 기대하며 보내고 있는 중이다. 대신 4월의 경험을 배움으로 계획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단 유리창 바깥 풍경에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챙기기로 했다. 그 여유가 메마를 수 있는 시간을 촉촉이 해줄 것이다. 바쁜 척 그만하자고. 여유 넘치잖아, 솔직히.
5월 1일에 꿈밍아웃 행사로 새로운 달을 시작했다. 근로자의 날 기념으로 프리워커 분들을 다움웍스로 모셔 꿈을 자랑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꿈을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얼마나 있을까.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벅찬 시간이었다. 이런 만남을 더 많이 가지고 싶다. 5월에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인사도 하고 대화하려고 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는 한 달이 될 예정이다.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과분하게 참 많다. 그 사람들에게 걸맞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지.
매달 진행 중인 프리워커의 꿈꾸는 시간 계획 모임과 코바늘뜨기 수업도 예정 중이다. 또한 새로운 행사들을 대표님들과 기획할 계획이다.
워낙 새로운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 편이고, 집순이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런 내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 오래 내 곁을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커지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용기가 생겼다. 그러한 용기는 내 내면과 사람에 대한 태도를 조금씩 변화시켰고, 이제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하고 싶다. 이 고마움과 따뜻함을 돌려주고 싶다. 이것이 단순하고 명료한 5월 계획의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