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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Apr 03. 2021

돌봄교실 첫 출근

나는 어린이를 잘 모른다. 아이들을 접할 기회도 없었고, 무뚝뚝한 편이라 아이들이 낯설기만 할 뿐 별 생각이 없었다.


돌봄 교실에서 일하게 된 건 내가 지원했던 다른 일자리에서 전부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생 국가 근로를 신청하면 희망 근로지를 작성하고 근로지에서 최종 선발됐다는 연락이 오길 기다린다. 국가 근로는 시급이 높고 학업과 근무를 병행하기 쉬운 일자리라 경쟁률이 매우 높다.


신청자 명단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철을 타고 가다가 신청도 하지 않은 돌봄 교실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겠냐는 전화를 받았다. 처음 듣는 이름의, 어딘지도 모르는 초등학교였다. 돈이 궁한 나는 당연히 하겠다고 말했다.


“와, 이렇게 한번에 하겠다고 수락한 분은 처음이에요.” 전화 속 목소리가 말했다.


내가 출근한 첫 날에 돌봄 교실에는 아이 세 명밖에 없었다. 세 명은 섬처럼 동동 떨어져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원래는 스무 명도 넘게 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열 명 미만으로 받고 있어요. “ 전담사 선생님이 말했다.


그마저도 부모들이 될 수 있으면 아이를 최대한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돌봄 교실에 오는 학생은 많아야 대여섯 명 정도라고 했다.

코로나 범유행이 막 시작되고 모두가 공포와 불안에 숨죽이던 때였다. 대구 감염 여파가 좀 가라앉고 등교 개학이 시작되어 돌봄교실도 겨우 문을 열었다.


나는 어색하게 아이들 옆 책상에 앉았다. 음.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동그란 눈 여섯 개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간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남자애가 물었다.


“누구세요?"


“나는...어...대학생 선생님이에요.”


나는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애매한 답을 내놨다. 내 서먹한 목소리에서 나와 아이들 사이에 억만 년정도의 거리감이 있는 게 느껴졌다.

검은 모자를 쓴 다른 남자애가 물었다.


“뭐하러 왔어요?”


“어...너희를 돌보려고 왔지요. 다치지 않게 봐주고, 놀아주고...”

나는 교육 시간에 들은 말을 그대로 했다.


“우리랑 논다고요?”

간식을 다 먹은 남자애가 말했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애랑 웃음을 참는 것처럼 시선을 주고 받았다.


“우리랑 논대.”

지금까지 말이 없던 여자애가 간식을 먹은 남자애에게 말했다. 그러더니 셋이서 막 웃기 시작했다. 섬처럼 서로 거리를 둔 아이들이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까르륵 웃는 동안 나는 뻣뻣하고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돌보려고 왔다고 말은 했어도 사실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이렇게 아이들 보면서 앉아 있으면 되나?


-


간식을 우물거리던 남자애의 이름은 동현이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애는 시훈이고, 까르륵 웃던 여자애의 이름은 수빈이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세 아이는 여전히 돌봄 교실에 다닌다. 마스크는 여전히 쓰고 있고. 나는 이제 아이들 사이의 어른으로 있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돌보는 일, 그 노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나는 일 년 넘게 돌봄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 움직이고, 뛰고, 말하는,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낯선 돌봄의 세계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과 나를 스쳐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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