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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아 루나 - 오쵸 8

Ocho 8

by 양희범 Mar 25. 2025

"오늘 유독 집중을 못하시는 것 같아요."

함께 춤을 추던 에밀리아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민망함이 밀려왔다. 상대에게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내내 다른 곳에 신경을 쏟았으니, 그저 한마디 던진 말이었을 텐데 마치 질책처럼 들렸다.


"미안해요. 집중하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진심을 담아 에밀리아에게 사과했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음악에 좀 더 집중해 보는 건 어때요?"

그녀의 조언을 따라 다시 한번 귀를 기울였다. 탱고 특유의 사분의사 박자 리듬이 흐르며, 현악기의 선율보다 피아노의 타격음이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곡 제목은 알 수 없었지만, 음악에 몰입하니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덕분에 에밀리아와의 오쵸 아델란떼(Ocho Adelante) 동작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녀의 회전과 부드러운 움직임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정말 잘하시네요. 탱고를 꽤 오래 배우신 거 아닌가요?"

그녀의 유려한 움직임에 감탄하며 물었다. 에밀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같이 배우는 입장이에요. 단지 데이빗 님보다 조금 일찍 시작했을 뿐이죠. 엄청 잘하는 건 아니에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그녀의 미소가 평소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에밀리아는 내가 리듬을 놓칠 때마다 자연스럽게 박자를 맞춰주었고, 덕분에 춤이 더욱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탱고가 낯설면서도 한층 더 깊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짧은 삼 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가볍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긴장과 불안은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하나의 의문만 남아있었다.


왜 엘리아나는 이렇게 못할까?     


에밀리아와 엘리아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에밀리아와의 춤은 자연스럽게 흘러갔는데, 그렇다면 문제는 내 리드가 아니라는 뜻이 아닌가? 엘리아나가 춤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스텝이 문제일까, 회전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그녀가 나를 믿지 못하는 걸까?

고민할수록 혼란스러웠다.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추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엔 온통 엘리아나와의 문제만 맴돌았다. 뭔가 잘못됐다.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어느새 수업이 끝났다. 그러나 엘리아나는 여전히 루크와 함께 있었다. 둘은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루크는 손짓까지 곁들여가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게 뒤틀렸다. 속에서 피어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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