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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l 27. 2022

중학교 1학년, 자퇴하고 싶다는 아이

등교 3개월 째


2022년 6월 27일 월요일 아침.

등교준비를 마친 아이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 같은 표정으로 아침 식사 자리에 앉았다. 왜그러냐는 물음에 이내 닭똥같은 눈물이 '뚝'.


너무 일찍 기상하는 아이때문에 마찰이 잦은 나. 하지만 그에대한 불평하기를 포기한지 오래기에 그 어떤 마찰도 없는 평온한 날이었다. 주말 지난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분주히 움직여 이유를 찾아봤지만 걸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다시한 번 왜 그러냐는 물음에 아이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학교 다니기 싫어. 학교 수업이 재미없어. 자퇴하면 안돼?"


자퇴라는 말에 놀라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하지만 나의 놀람을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 이유를 물었다.


혼자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 공부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이유가 친구랑 놀기 위함이기에 친구를 등장시켜보았다. 학교에 안가면 친구들이랑 놀기도 어렵고, 학생문화회관 이용도 못 할거라고 말했다. 살짝 놀라는 눈치였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앙다문 입술 사이로 괜찮다는 말을 뱉어냈다. 그러고는 친구랑은 놀 수 있을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학교 수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아이가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되지 않았지만 무작정 안된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말 못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까. 수많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었을 땐, 한달 정도 되었다며 중학생이 자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내게 설명했다. 나름대로 많이 생각한 모양이다.


그사이 아이의 눈은 눈물로 퉁퉁 부었고 콧물까지 거들고나서야 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학교 상담선생님과 상담해 보겠냐 물었을 때 이견이 없었기에 등교시키자마자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취했다. 걱정과 놀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선생님의 글에는, 딸아이의 학교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도 신임이 높아 친구들이 뽑은 정직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무슨 일일까.


수업 시작 전 아이와의 짧은 상담내용을 전해주신 선생님은, "요즘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대부분 친구 문제예요. 코로나19로 비대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대면으로 부딪히는 친구들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이는 7시간동안 의자에 앉자있는게 힘든가보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편하다고 하네요." 이어, 상담선생님과 상담하도록 도와도 되겠냐 물으셨고 나는 흔쾌히 좋다고 말씀드렸다. 보통은 친구문제라고? 그나마 다행인가?


친구들이 뽑은 정직부문 표창장




전문 상담선생님과 상담하면 괜찮아지겠다는 기대와 함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만두지 않았다.

'학교 수업이 재미없다'는 이유를 댔으니.

'학교 수업이 너무 쉬운가?, 아니면 너무 어려운가?, 그것도 아니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른 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이해했다고 생각하며 수업을 듣고 있는건가?, 아니면 말하지 않은 이유가 설마 있는건가?'




내 아이는 중학교 1학년 신입생이다.

집에서 도보로 5분이면 족하는 곳에 있는 학교에 입학해서, 내가 보기엔 더없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는 친구 하나 없었지만 입학식 다음날부터 친구랑 놀겠다며 40분이나 일찍 등교를 했고, 하교 후에도 친구랑 노느라 5시가 넘어야 집으로 들어왔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때론 소란스럽게 단짝 친구 셋이 뭉쳐 와글와글 중학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있었단 말이다.


카메라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두고 굳이 친구들과 인생네컷을 찍으러 다녔고, 하교 후에는 방앗간 마냥 들르는 다이소에서 오늘 이후로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상품을 줄세우기가 일쑤. 주말이면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단짝친구와 함께 시내버스를 타고 대형서점엘 가기도 하고, 버스를 잘못타는 바람에 거의 만보걷기를 했다며 짧은 여행이었지만 여정을 들려주었다. 걱정과 고민거리가 생길 틈 없이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잘. 가끔 쬐그만것들이 벌써부터 음료 마신다며 카페를 들락거려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나의 학창시절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하며 이뻤다.


공부는.....

선행학습을 많이 할 친구들 틈에서 문제집으로만 공부하는 내 아이는, 학습 능력이 뒤쳐지지는 않는 편이다. 처음 본 수학 평가에서는 전교에서 1등으로 혼자만 100점을 받았다고 본인도 놀라며 좋아했으니 말이다. 과학이 어렵다고 했지만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학교 선생님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신 영어 선생님이라 그또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선생님 과목은 말하지 않아도 열심히 할테니 나의 바람과 다르더라도 괜찮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들어본 일이 없었다. 아! 가끔 종교시간이 재미없어 친구와 쪽지로 대화를 했다는 얘길 듣고 주의를 주긴 했었다.


도대체 무슨 문제일까? 말 못하는 문제가 있어 자퇴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남편과 나는 아이가 학교 간 사이 많은 얘길 나눴다. 우리는, 이유가 타당하다면 극구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하고 학교에 가는 시간 대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주 슬기롭게 보내야 할 것이다.  




'삐삐삐삐삐!'

현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들어왔다. 기대에 찬, 조금은 조심스러운 몸짓과 말씨로 오늘의 학교생활을 물었다. 7교시가 재미있는 수업이었는데 상담하느라 참여 못했다며 아쉬워했고, 상담 덕분에 오히려 자퇴가 더 선명해졌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소리란 말인가.


상담선생님은 일단, 지인중에 학교 자퇴하고 혼자 공부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으셨고 자퇴할 수 있는 방법?과 검정고시를 포함한 나름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신 듯 하다. 하... 난관봉착. 물론 나도 단점만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 검정고시를 보고 중학교도 2년만에 끝내고 고등학교도 2년만에 끝내는거야. 그러면 친구들보다 2년이나 먼저 대학에 입학할 수도 있겠네! 하지만 학교라는 울타리가 주는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어.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이 이력서에 남는거야." 말하고도 기가 막히긴 했다. 초졸이라는 단어를 써서 협박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최대한 평온하게, 때로는 들뜬사람처럼 널을 뛰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인 나의 기분은 짐작도 못하는건지 언제 자퇴를 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아이에게 정리된 말이 필요했다. 자, 일단 7월 초에 과학시험을 본다고 했으니 그 시험 성적이 95점 이상이면 생각해보자고 했다.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90점으로 하면 안되겠냐고 했다. 아무래도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다.

단호하게 95점이라고 못 박는데, 95점 받고 자퇴한다면 어쩌나 걱정되어 슬그머니 추가했다. 중학생이 된, 그것도 그 누구보다 잘 지내는 것 같은 아이 입에서 자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줄은 상상조차 해 본 일이 없기에 시나리오가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이후 난 자퇴했을때의 장단점을 메모하기 시작했고 하교한 아이에게 하나를 더 붙였다. 과학시험이 끝나면 곧 여름방학이 시작되니 방학동안 네가 자퇴해서 혼자 공부하는 것처럼 계획을 짜고 그대로 실천해 보라고 얘기했다. 계획대로 실천하면 그때 자퇴해도 되겠다고. 어차피 방학이니까. 

시간을 벌어야만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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