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 Sep 20. 2021

절제는 속박이 아니라 자유다.

식탐으로부터 벗어나기

그림은 본문과는 관련이 없다. 그냥 예전에 그려뒀던 것을 써먹는 것일뿐...


스스로에게 마음에 드는 점을 찾자면,

술과 커피를 입에 대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술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술맛'을 알게 되고, 커피도 좋아하게 되리란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좋아하지 않는 채로,

이대로 머물기를 선택한 것이다.​


나는 굳이 술과 커피에 빠질 여지를 스스로에게 주고 싶지 않다.




일반적으로 절제는

참는 것, 힘든 것, 속박, 의무 등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절제가

오히려 사람을 가장 자유롭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절제하지 않는 삶은 늘 탐욕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절제야말로 그런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인생을 살게 해 준다.




내가 요즘 절제하고 있는 것은 역시나 음식이다.​


술, 담배, 커피를 멀리 하고 과소비와도 거리가 먼 나로서는 객관적으로도 검소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하는데, 유독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식탐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짧게나마 채식을 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은, 살이 빠졌다느니 피부가 좋아졌다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식탐이 줄어든 것이었다. 식욕이 줄어드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채식을 하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으니, 노력하지 않아도 음식이 절제가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과자 봉지가 눈에 보이면 어떻게든 해치우지 않고는 못 배겼는데, 채식을 하고부터 군것질거리를 보아도 덤덤할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했다.


채식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음식에 얽매여있는 사람이었던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늘 일하면서도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군것질 욕심에 수시로 당 충전을 하고, 방금 식사를 마치고도 다음에 또 뭐를 먹을지 궁리하는 사람이었다. 먹는 것에 시간도 굉장히 많이 뺏겼고, 차오르는 식탐을 억누르느라 씨름하는 것도 일이었고, 먹고 나서 느끼는 후회와 죄책감도 크나큰 감정 소모였다. 그리고 그런 삶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니 실로 놀랍고 편안했다.



다시 채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 이상의 음식은 취하지 않기로 했다.

요즘에 내가 음식을 절제하는 방식은

1. 밥을 펄 때 한 숟가락 덜기  (많이 먹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기)

2. 밥때가 아닐 때에는 무언가를 먹지 않기  (자주 먹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기)

이 두 가지를 지키고 있다.

이런 규칙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지키는 것이 누가 보기에는 힘들다고 느껴질 수 있겠다. 물론 옛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규칙을 지킬 때, 오히려 음식으로 인한 여러 잡생각과 고민들이 줄고 내가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다. 절제는 속박이 아니라 자유를 가져다준다.






작가의 이전글 심리적 커밍아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