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을 사랑하기
가을을 무척 좋아한다.
얇은 겉옷을 걸치고 산책을 가면 추위가 아닌 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계절.
해가 살짝 일찍 지는 그 아쉬움마저도 좋아서 가을날의 퇴근길은 무척 행복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을이 엄청 짧아졌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트렌치코트 판매량이 줄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지만
확실히 여름 더위가 늦게까지 이어지고, 겨울은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
올해 처음으로 이 가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소중한 가을날 매 하루를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이 가을이 지기 전에 하루라도 좀 더 단풍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단풍이 떨어지기 전에 지난 주말에는 단풍 명소에 갔다.
예전엔 일상이 바빠서 구태여 시간을 내고 꽃구경, 단풍 구경을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한가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들은 참 지혜로운 사람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이번 가을에는 시간을 내어서라도 단풍 구경을 갔다. 참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지나고 나서야 단풍이 참 예뻤다는 걸 뒤늦게 알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예쁜 단풍을 제때에 실컷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젊음도 한순간이겠지. 지나고 나서 그때가 참 예뻤단 걸, 뒤늦게 알아버리고 싶지 않다.
단풍을 보며 나의 젊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하루하루 아까운 이 가을날처럼,
젊음도 다행히 아직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