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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Dec 04. 2022

가난한 마음으로 구한 첫 집

다음 날  아침 아이 도시락을 싸며 음악을 들으며 끝없이 침전하던 마음을 채우고 채우려고 노력했다. 상황에 지지 않고 싶었고,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다. 나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편을 향한 비난을 중지시키기 위해 마음을 다시 고쳐 먹었다.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필요를 미리미리 챙겼어야 하는데, 그래도 시간이 있으니 조금만 더 찾아보자." 


무기력하던 몸을 일으켜 다시 집을 찾기 위해 웹사이트 열었다. 페이스북, 키지지, 유스트, 그리고 잘 안 들어가던 크레이그리스트까지. 

아무도 없는 에어비엔비 숙소,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테이블 앞에 앉아 조명을 켜놓고 웹사이트 서핑을 했다. 메일 주소가 있는 곳은 메일로, 전화번호가 있는 곳은 바로 문자를 보냈다. '집 보러 가겠다.'라고. 

열 집 정도 메시지를 보내면서 낙담되기 시작했다. 아들 학교 혹은 남편 직장과 가까운 집들은 렌트비가 너무 비쌌고, 가격이 싸면 이동 거리가 너무 멀었다. 적당한 집이라고 생각해서 컨택하면 이미 렌트가 되었다고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난한 마음이 이런 걸까.'

'이민자들의 마음이 나와 같을까?'

'이민자들이 타국에서 겪었을 거주 갈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역량이 키워지는 과정일까.'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가난한 마음으로 도움을 구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집을 주세요."


기도 후 평소에 잘 들어가지 않던 크레이그리스트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지도를 펼친 후 남편 직장과 아이 학교가 가까운 위치에 나온 렌트 하우스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2~3곳 정도 연락을 한 후 익숙하지 않은 위치도 살펴보었다.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침실 두 개에 유틸리티 포함 렌트비도 괜찮은 집이 한 시간 전에 포스팅되어 있었다. 웹사이트에 있는 전화번호로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웹사이트에서 집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우리는 3명 가족이고, 곧 4명이 될 예정이에요. 집 위치가 아이 학교랑 가까워서 마음에 들어요. 아직 집이 나가지 않았다면 집을 구경하고 싶은데 방문해도 될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좋은 소식이네요. 당신이 내게 제일 처음 연락을 주었어요. 내일 방문 가능합니다."


와! 이럴 수가. 금요일은 남편이 쉬는 날이라 같이 방문할 수도 있었고, 거리 상 학교와 직장의 딱 중간 위치였다. 


금요일이 되어 약속 장소에 갔더니 집주인은 상하이 출신의 중국 분들이었다. "우리는 한국 혹은 일본 분들이 세입자로 오시길 바랐는데, 한국 분들이 시군요!"라며 환대해 주셨다. 업무상 중국과 소통할 일이 많았던 나, 중국에서 1년 교환 학생으로 다녀온 남편. 그분들과 우리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 3개 국어로 소통하며 렌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캐나다 집들에 으레 있기 마련인 카펫 대신 마루로 리노베이션 되어 있는 집, 모든 방과 거실에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 언덕 위에 위치한 집, 우리만을 위한 작은 정원까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집주인들은 최근 랭포드로 이사 와서  렌트 광고를 내었는데, 내가 가장 먼저 연락을 주었으며 한국인이기에 이니셔티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계속 집을 구경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데, 계약을 하고 싶다면 예약금 수령 후 바로 광고를 내리겠다고 했다. 집에 사는 조건은 1. 렌트비의 정확한 입금과 2. 음주 가무 금지밖에 없었다. 


집주인은 남편의 직장을 들은 후 애플리케이션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예약금 입금 후 월요일에 바로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내가 예약금을 입금한 후 바로 광고를 내렸다. 

세 달을 찾아 헤맨 후 드디어 집을 마련했다는 생각에 정말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행여나 다른 사람에게 집을 빼앗길까 봐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러 가겠다고 했다. 


월요일, 드디어 계약서 작성. 

애타게 찾고 찾던 집이 드디어 생겼다. 

캐나다에 내가 마음 편히 쉴 곳이 생겼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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