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다시 준비합니다.
빅토리아에서 한국에 돌아오면서 리턴행을 6월 29일로 끊었었다. 캐나다에서의 일정이 꼬이면서 11월 초로 항공권을 연기했는데, 이제는 대략적인 일정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영주권을 따겠다고 결정한 후 '최단시간'이라는 기준으로 알아보았더랬다. 지인의 토대를 뒤로하고 SK를 선택한 것에는 최단시간 및 최저비용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JAL(Job Approval Letter)를 어처구니없게 거절당한 후 캐나다 정부의 이민정책이 타이트해지고, 업체를 변경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다.
그 덕에 한국에서의 체류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 6개월에서 9개월, 아니 어쩌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기약 없는 기간이 되어 버렸다.
기다림. 사실 기다리는 것은 자신 있다. 다만 기다림의 대상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무언가이어야 한다. 6월 말에 돌아간다고 했을 때 그날이 기다려졌던 이유는 내년 여름쯤 영주권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1월 초로 항공권을 변경했을 때에도 아이의 새 학년이 시작될 무렵에 PR(영주권)의 가늠을 할 수 있으리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뎌진 캐나다 이민국의 프로세싱과 한 달이 멀다 하고 변경되는 정책으로 앞날이 가늠되지 않는 상황이 되자 '굳이 가야 되나!'라는 반문이 들었다.
한국에 머문 지 반년이 지나고, 둘째도 만 두 돌이 되니...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했을 때 보육시스템도 훌륭하고, 활동도 자유로운 한국이 캐나다보다 훨씬 살기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경력이나 가능성으로 봐도 한국에서의 대우가 캐나다에서의 시작보다 수월할 것 같고....
2022년 처음 캐나다에 가기로 했을 때 반신반의 하던 남편은 이제 캐나다 홀릭이 되어 캐나다에 얼른 가고 싶다고 하고, 캐나다 노래를 부르던 나는 반대를 하는 입장이 되어 근 한 달을 소리 없이 다투었다. (한국에 잠깐 있는 동안 일하던 분야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동업제안도 받았던 것도 이 다툼에 한 몫했다.)
며칠 전 서울에 갈 일이 있었다. 애정하는 좀조직 리더님의 호출이 있어서다. 맛있는 초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 곧 2040년이 되면 고갈된다는 국민연금, 2080년에 예정된 인구의 반토막, 서울에도 시작된 인구 공동화.... 최근에 갔던 장례식장에서 90세 미만의 고인이 없던 기억이 있다. 100세 시대는 현실, 120세 시대도 곧 올 거란 것을 실감했었다. 출산율도 낮은데 우리나라가 더 이상 젊지 않구나 생각하니 씁쓸했다.
'젊은 캐나다에서 늙어가는(!) 내가 고군분투하며 적응하며 살 것인가', '더 이상 젊지 않은 한국에서 편히 살 것인가'를 두고 만 하루를 꼬박 고민한 것 같다. 고민하는 중에 남편이 와서 또 나를 건드리는 바람에 한번 째릿했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결정을 해서 캐나다 정부에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이민의 카드가 날아가고 마는 그날.
나는 수수료를 송금하고, 11월로 예정되어 있던 항공권에 대해 환불요청을 했다. 냈던 돈에 비해 얼토당토않은 금액이 반환되겠지만, 느린 캐나다의 프로세싱을 예측하여 항공권을 연기하는 무리수를 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BC 빅토리아였다면, 고민을 하지 않았겠지... 생각한다. 아름다운 그곳은 어느 계절, 아무 때에나 좋은 곳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