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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 Oct 31. 2023

끝없는 불안과 초조의 늪 속에서

3부 EP08. 공방 오픈과 극심한 우울증

   간판 설치를 끝으로 공방 정비가 끝다.

   예약 손님이 없어도 매일 출근해서 디자인 업무나 그림, 글쓰기 활동 하며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오전 10시에 오픈해서 오후 6시에 마감을 했는데, 원데이클래스를 오전 10시에 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나중에는 오픈을 12시로 미루었다. 


   별다른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방은 조용했다. 음식점도 아닌지라 오픈빨이라는 것도 없고, 간간이 지나가는 동네 주민들이 여기 뭐 하는 곳이냐며 문을 빼꼼히 열었다. 나는 여기가 그림 공방이며, 성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곳임을 열심히 설명했다. 정식 미술학원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 그림 그리는 공방이라니.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갔다.


   나름 인생 첫 공방 오픈을 알리고 싶어서 sns에 개업 포스팅을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대학교 동기들이 엄청나게 응원을 해 주었다. 공방을 오픈한 뒤로 크고 작은 화분들이 예상치 못한 날에 하나 둘 배송되었다. 너무나 송구스럽고, 감사했다. 열심히 살아내서 보답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문득문득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다. 어디서 찾아오는 우울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우울뿐만 아니라 불안은 더더욱 가중되는 기분이었다. 생전 처음 장사라는 것을 하고, 남 밑에서 월급을 받다가 이제는 내가 내 가게 관리를 하게 되니 너무나 불안하고 초조했다. 어찌어찌 공방이라는 것을 오픈했지만, 이게 과연 잘 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강은 거의 매일 퇴근 후 공방에 들러 보수하거나 추가할 것을 조언해 주며 도와주었지만 내 불안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조언해 줄수록 방학숙제를 못한 채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압박감에 시달렸다.


   끝없는 불안과 자살충동을 견디며 공방 정비를 완전히 끝낸 후, 그림모임 사람들을 초대했다. 8명의 사람들이 작은 공방을 가득 메워 주었다. 우리는 6인용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저마다의 재료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수채화, 마카, 오일파스텔, 연필, 볼펜, 아이패드. 별의별 미술도구들이 총출동해서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각기 다른 미술재료만큼이나 결과물도 개성이 뚜렷했다. 비슷한 작품은 하나도 없이 저마다 특색이 있었다. 그림 활동을 끝내고 나니 캄캄한 밤이라 근처 술집에서 밥을 먹었다. 사람들은 공방 오픈을 축하해 주며 자주 놀러 오겠다고 해주었다. 감사하고, 소중한 날이었다.

   집에 오니 엄마가 안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너무나 혼술을 하고 싶었지만 어찌하지 못한 채 그냥 약을 먹고 누웠다. 우울함이 몸속을 가득 채우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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