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EP12. 엄마와 작별
한 달간 제주에서 나와 지내던 엄마께서 슬슬 다시 육지로 올라가시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제주에서 같이 살자고 꼬셔도, 20년이 넘게 살던 터전을 떠나기란 쉽지 않은가 보다. 물론 그 기분은 나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엄마의 생신날이 되어 공방 휴무를 내고 이곳저곳 놀러 가기로 했다. 먼저, 가장 보여드리고 싶었던 카멜리아힐에 갔다. 가을의 카멜리아힐은 수국도, 동백도 없었지만 대신 가을정원이 새로 개장해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각종 그라스와 팜파스, 억새와 가을꽃들이 유럽 정원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는 하루 만에 카멜리아힐에 여미지 식물원까지 휩쓸고 왔다. 사실 식물원은 내가 가고 싶어서 끌고 간 것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그래도 각종 온실의 식물을 재미나게 구경하고 두 사람 다 좋아하는 멸치국수를 먹었다. 엄마 생신이어서 놀러 왔다고 했더니 가게 사장님은 굉장히 부럽다면서 친절하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 주셨다.
집에 오니 저녁이었다. 나는 강을 불러서 셋이서 조촐하게 생일 파티를 했다. 케이크를 사 온 것을 눈치채시고는 무슨 케이크냐며 잔뜩 잔소리를 하셨지만, 막상 초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부르니 정말 함박웃음을 웃으셔서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파티를 하고, 강은 자기 집으로 돌아간 후 나는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자려고 누웠다. 요 몇 주간 졸음이 너무 심해 약을 끊은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아침에 졸리지 않은 대신 불면증이 생겼다. 거의 새벽 3~4시까지 잠을 못 드는 날도 있다.
결국 육지에 가시는 날은 왔고,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옷가지도 몇 개 들고 오지 않으셔서 짐은 얼마 없었다. 공항에서 같이 있다가 배웅까지 하고 오려고 했는데, 그 넓은 제주 공항 주차장에 정말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다가 어쩔 수 없이 엄마만 게이트에 떨궈드리고 돌아와야 했다. 엄마는 혼자서도 용감하게 비행기를 잘 타시고 집으로 귀가하셨다. 이제 혼자서 비행기도 잘 타신다며, 칭찬을 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