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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 Nov 19. 2023

디자인에 빠져들다

3부 EP11. 공모전 중독

   공방은 오픈 뒤로 간간히 손님이 왔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어보면 광고를 보거나, 검색을 하거나, 동네 주민이거나 정도인 것 같다. 오늘은 엄청나게 퍼붓는 비를 뚫고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이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시간이 겹쳤기 때문에 우리는 6인용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그렸다.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도, 그림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통해 가까워진다,라는 게 공방의 취지인 만큼, 무언가 뿌듯한 기분이었다.


   오후에는 전 직장 동료들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 보내준 화분을 정리했다. 물을 주고, 어디에 놓아야 잘 자랄까 고민하다가 입구 쪽과 선반 위 등 적재적소라고 생각되는 자리에 놔주었다. 그들을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손님이 없을 때에는 쉬지 않고 디자인 외주 받은 작업을 했다. 그마저도 없는 어느 날, 우연히 디자인 공모전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트이지만 공모전 참가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포토샵은 다룰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일러스레이터를 잘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주시로 넘어와 B를 통해 일러에 대해 배우고 나자 자신감이 생겨서 한 번 작은 것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첫 공모전은 지역 자치경찰제에 대해 홍보하는 웹툰이다. 열 컷짜리라고 해서 생각보다 길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일과 장점에 대해 홍보해 보기로 했다.

   두 번째는 대학교의 각 학과에 대해 소개하는 포스터이다. 모든 학과에 대해 자료 조사를 하고 내용을 입력하느라 힘이 들었다.

   세 번째는 교회에서 내보내는 잡지 구독에 대한 알림 전단지이다. 이건 작업을 하면서도 경쟁자가 많을 것 같아 떨어질 것을 직감했다.

   네 번째는 수제맥주캔 라벨 디자인 두 가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다. 맥주캔을 출시하는 지역의 유명 관광지 풍경을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하는데, 힘들지만 완성품이 마음에 들어서 정말 뿌듯했다.

   다섯 번째는 소주병 라벨 디자인이다. 맥주캔 라벨 디자인이 워낙 힘들었어서 이건 그렇게까지 힘들다고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거의 한 달간을 공모전에 빠져 살았는데,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특히 완성품이 마음에 들 때의 뿌듯함은 설명할 수가 없다. 당선되면야 더 좋겠지만 안되더라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밤늦게까지 작업에 열중했던 것 같다.

   그리고 발표일마다 긴장하며 웹사이트 결과 게시판을 클릭한 결과, 경찰 홍보 웹툰이 당선되었다. 그때의 기쁨이란!!! 제주에 있었기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을 못하자, 택배로 상장과 웹툰 당선작을 담은 책자가 배송되었다. 나는 그것들을 공방에 장식해 놓고 뿌듯해했다.


   목표가 뚜렷하고, 흥미 있는 분야이고, 집중할 동기가 있을 때 나는 몇 시간이고 열중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이후로 진이 다 빠져서 공모전은 잠정 휴식 중이지만, 언젠가 또 열정을 불태우고 싶을 때 참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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