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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 Apr 01. 2024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으니

4부 EP06. 작별의 연속, 그리고

   B가 서울로 떠나고 난 뒤, 봄이 되었다.


   어느 날 저녁, B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너무 허전하고 외롭다고 했다. 시골 같은 제주가 싫어져서 다시 서울로 돌아갔지만, 이제는 외로움이 온몸을 지배했다. 제주 사람들은 그대로 오롯이 서울로 옮겨오고 싶다며 그는 쓸쓸히 말했다. 창업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전에 지쳐서 곯아떨어진다고 한다. 그래도 불면증은 나았네,라고 나는 농담을 던졌다. 사람과 만남을 좋아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던 B. 세련되고 시끌벅적한 서울을 좋아하던 그였지만, 서울이 주는 삭막함과 답답함은 견디기 어려운가 보다. 밥 잘 챙겨 먹고 아프지 말라는 나의 말에, 전화를 끊지 말아 달라고 하던 그의 말이 너무나 짠했다.


   디자인 스승을 떠나보냈다는 허전함을 느끼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이가 아홉 살이나 어린데도 나를 엄마같이 챙겨주던 착한 여동생 M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부산으로 떠나겠다고 결심을 전해왔다. 치위생사로 일하던 그녀는 놀랄 만한 실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각종 자격증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고, 부산에 취업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나는 그녀가 떠나기 전에 밥을 사주고 싶어 같이 밥을 먹었다. 제주에 있는 남자친구를 봐야 하기 때문에 자주 내려올 거라고는 하지만, 틈날 때마다 공방에 놀러 오던 모습은 이제 없을 것이다. 이 달 말이 되면 떠난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전에 없던 허탈함을 느꼈다. 왜 아끼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제주를 떠나는 걸까. 내가 너무 힘들어하자 강은 만남이 있으면 당연히 헤어짐도 있는 거라고, 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낯선 제주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이제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참 많이 서글퍼졌다.


   겨울 내내 공방으로 출근을 해서 그림을 그리던 최 역시, 고민 끝에 휴학을 끝내고 대학교 4학년 과정을 마무리짓기로 결심했다. 대학은 자신과 맞지 않지만, 그래도 4년제 대학 졸업장은 따 놓는 게 나중을 위해서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2월 말이 되자 얼마 없는 짐을 챙겨 기숙사로 들어갔고, 매일 내 차로 5분 거리에 사는 그를 데리고 출근을 하던 나는 혼자가 되었다. 시끄럽게 떠들던 출근길은 고요해졌고, 공방은 침묵에 잠겼다. 중간중간 손님들이 오면 잠깐 떠들고 웃었다가, 손님이 가고 나면 다시 침묵.


   나는 혼자 조용히 공방 활동과 디자인 작업을 해 나갔다. 봄이 되자, 그림 모임이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새로운 신입회원이 들어오고, 반갑게 맞이하고, 카페에 모여 인사를 한 후 그림을 그렸다. 덕분에 몰랐던 사람들과도 조금씩 친해졌고, 그림 모임 뒤에 술 한잔 하며 밥을 먹거나 볼링을 치며 친목을 쌓았다. 좋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내가 움츠러들어 있었을 뿐.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고, 그 뒤에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인생의 이치를 물이 흘러가듯이 받아들이고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어나가야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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