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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울타리 정하기

새 학년, 새 학기 평화로운 학급을 위한 경계선 확인하기

by 뜻지 Mar 03. 2025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는 많은 것을 진단하게 된다. 진단평가에서 기초학력을 진단하지만, 학급 세우기 주간에 하는 다양한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인지적, 정의적, 신체적 능력을 진단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우리 반 울타리 정하기' 활동을 통해서는 우리 반 학생들의 경계선을 진단해 볼 수 있다.  

 교실학급 비전과 규칙 세우기 활동에서 교우 관계 및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된 기본 규칙은 이미 정했다. 하지만, 규칙을 정했다고 하여 학급에서 소소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발생한 문제가 일사천리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각기 고유한 색을 지닌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급이 안전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호불호와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좀 더 세밀한 소통, 즉 서로의 경계선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1. 장난 VS 폭력

이 활동은 진단 활동, 학급 세우기, 학교폭력예방 수업과 연계할 수 있다.

나는 친구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는데
친구가 엄청 속상해해서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친구가 했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거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내가 했던 장난, 내가 당한 장난, 다툼으로 혼났던 일, 그리고 학교폭력.
여러분은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서부터 폭력이라고 생각하나요?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모둠 친구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눠보세요.
지금부터 장난과 폭력의 경계선을 구분해 보는 활동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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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 토의를 먼저 진행하고, 각 모둠에서 나온 내용을 학급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체 공유의 시간에는 먼저, '폭력'에 해당하는 내용을 함께 확인한다.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아이들이 적은 내용이 학교 폭력의 어떤 종류에 해당되는지도 교사가 확실하게 짚어주면 좋다. 내용의 수위는 저, 중, 고학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체폭력 : 고의로 건드리며 시비 걸기, 심하게 때리거나 밀치기, 몸에 침 뱉기, 목 조르기, 꼬집기 등

언어폭력: 욕설, 말로 위협 협박 험담하기, 조롱하고 모욕하기, 나쁜 소을 퍼뜨리기 등

금품갈취 : 물건을 빌린다며 되돌려주지 않기, 일부러 물건 망가뜨리기 등

강요 : 친구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심부름, 게임, 과제 대신하기) 등

따돌림 : 고의로 따돌리기, 다른 친구와 못 어울리게 하기, 주변 친구들이 돕는 것을 막기 등

사이버폭력 : 인터넷에 비방과 험담하는 글을 올리는 것, SNS 등으로 욕설 메시지를 보내는 것, 허위 사실을 인터넷상에 공유하는 것, 친구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 친구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수치심을 주거나 이를 동의 없이 공유하는 것 등

성폭력 : 폭행과 협박을 하며 성적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 성적인 말을 하여 수치감을 느끼게 하는 것, 성행위 또는 유사 성행위를 강제하는 것

 본인이 경험한 사안에 대하여 발표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발표 기회를 줄 수 있다. 단, 사건 당사자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도록 사전에 안내하고, 불편하고 힘들었던 상황과 감정을 중점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한다.


 다음으로는 '장난'에 대한 내용을 함께 살펴본다. 두루뭉술 살펴보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짚어가며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몰카'를 장난으로 분류한 모둠이 있다. 교사 입장에서 '몰카'는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여 단톡방에 공유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학폭 사안을 떠올리게 한다. 막상 아이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보면 '만우절 장난'과 같은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몰카'로 지칭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몰래카메라는 예능프로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접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너무나 흔히 쓰이는 소재이다. 나만 갑자기 심각하고 심란했던 것. 아이들이 '몰카'라는 용어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낮을 수 있음을 우선 수용하되, 성폭력과 사이버폭력 사안이 될 수 있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아이들이 작성한 '몰카', '인디언밥', '물 뿌리기', '지우개 가져가기'에 대하여 좀 더 들어가서 질문을 던져본다.

몰카를 친구가 먼저 해서, 나도 했는데 친구가 나한테는 정색을 한다면? 몰카 처음에는 재밌었고 서로 기분 안 나빴는데 이게 도저히 안 끝나고, 한 학기 내내 계속된다면? 우리 세 명이 친하게 지내기로 했는데, 두 명이 계속 도망 다니면서 이건 몰카라고 말한다면? 게임의 벌칙으로 인디언 밥을 하기로 함께 정했는데, 너무 세게 두드려서 시퍼런 멍이 들었다면? 물총놀이를 하는데 상대방이 계속해서 내 얼굴을 정조준해서 물총을 쏜다면? 화장실에 손 씻으러 갔는데 앞에 있던 친구가 내 얼굴 앞에서 손을 탈탈 털어버리는 바람에 안경에 물이 다 튀어버린다면? 나는 반가운 마음에 친구한테 어부바를 했는데, 친구가 막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면? 나는 마음이(또는 몸이) 상할 대로 상했는데 상대방은 '아이, 장난이잖아.' 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그만하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계속 반복된다면?   

 문답으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올해 우리 학급 구성원이 생각하는 장난의 경계선이 어디쯤인지. 둘째, '장난'의 범위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고, 이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평소 스킨십으로 친밀함을 표현하는 철수 어린이에게 친구가 하는 어부바는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비언어적 표현이다. 반면 전현 다른 성향의 성장 배경을 지닌 민수 어린이에게는 감히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몸에 손을 대는 공격 행동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부터 우리 반에서 어부바는 장난으로 하겠습니다.'를 과반수 땅땅땅으로 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장난이란 원래 좀 짓궂은 행동 아닌가? 도대체 어디까지를 장난으로 봐야 할까?

2025년 4학년 숭굴반 어린이들과 함께 나눈 장난 vs 폭력2025년 4학년 숭굴반 어린이들과 함께 나눈 장난 vs 폭력
2019년 3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눈 장난 vs 폭력2019년 3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나눈 장난 vs 폭력

 

 사전에서는 장난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주로 어린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 또는 심심풀이 삼아 하는 짓.

 2. 짓궂게 하는 못된 짓.


 재미와 심심풀이.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칠 수 있지. 그런데 장난치는 사람만 웃기고 재밌다면? 짓궂게 하는 못된 짓. 어린 마음에 할 수도 있지. 그런데 선 넘은 걸 알았음에도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너의 장난이 나에게 괴롭힘이 되고,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면? 작은 불화가 우리 학급을 불태워버리게 둘 수는 없으므로 선생님이 앞으로 우리 반에는 그 어떤 장난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니? 하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장난도 허용하지 말자는 순진한 어린이도 있고, 그럼 학교에 무슨 재미로 오는지 모르겠다며 실망한 어린이도 있고, 대체 이런 걸 왜 묻는지 몰라서 어안이 벙벙한 어린이도 있다.

 다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학교에 왜 오는 걸까? 공부를 배우러 온다는 모범답안, 친구랑 놀기 위해 온다는 진솔한 답변, 안 가면 부모님이 감옥에 가야 한다는 초등 의무 교육에 대한 고찰까지. 그렇다. 초등교육은 의무교육이고 아이들은 배우러 온다. 무엇을 배우는가? 국도수사과음체미영도 배우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사람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러 온다. 생김새도, 성격도, 호불호도, 표현하는 것도 각양각색인 스물네 명의 구성원이 이 작은 공간에 모였으니 갈등은 필연이다. 다른 친구는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지 살펴보는 것. 친구들이랑 놀고 이야기하고, 경쟁하면서 때론 부딪히는 것.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 모두 다 정말 중요한 공부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각자의 경계선이 천차만별인 우리 교실에서, 어디까지가 장난이 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것은 아주 섬세한 공부다.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적절한 유머와 장난을 구사하는 것은 인간이 향유하는 고도의 능력이다.

 복잡 미묘한 상황과 개개인의 성향을 하나도 빠짐없이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 학급 공동체가 용인할 수 있는 장난의 최저 경계선을 정해보았다. 2024년 제자들이 내린 우리 반 장난의 경계선은 '상대방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받아줄 수 있는 것.'이었고, 2019년 제자들이 내린 우리 반 장난의 경계선은 '나도 재밌고, 친구도 재밌고.'였다. 아이들이 충분히 이야기도 나누었고, 나름 심사숙고하여 자신들의 말로 결론을 잘 내렸음에도 걱정 많은 담임인 나는 꼭 한 마디를 덧붙이곤 한다.

 '선생님은 ㅇㅈ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 무슨 초성일까? 우정, 안전, 예절! 내가 지금 선을 넘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린다면 ㅇㅈ을 꼭 기억하자.'  



요약

명백한 폭력 행위 구분하고 학교폭력예방 지도하기.  

'장난'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충분히 나누고, 친구의 성향과 서로의 경계선 확인하기.

우리는 나와 다른 남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온다. 사람과 관계에 대한 섬세한 공부.

나 혼자만 즐거운 것은 장난이 아니다. 장난은 나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즐거워야 한다.

그럼에도 기준이 모호하다면? ㅇㅈ 기억하기. 예절, 안전, 우정을 침범하다면 장난이 아니니 하지 마시오.



2.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

 학기 초에 빠질 수 없는 그림책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을 함께 읽고, 우리 반 버전의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을 제작한다. 우리 반 그림책에 들어갈 내용은 학생들이 직접 의견을 낸다. 중복되는 의견은 교사가 취합해서 정리한 후에 활동지를 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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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단활동

서로의 경계선에 대한 확인뿐만 아니라, 학기 초 울타리 정하기 활동을 통해 다음 항목 또한 진단할 수 있다. 3월 1-2주간 수업 활동에서 진단했던 내용을 잘 정리해 두면 학생 지도 및 상담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수업 활동에 대한 이해

교사 발문에 대한 이해

경청 및 수업 참여 태도

글과 그림으로 생각 표현

바른 자형으로 글씨 쓰기

모둠 활동 수행 역량(협력, 의사소통)

 학생에게는 보이지 않는 다했니의 체크리스트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겠다. 올해는 휴직이지만, 교실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남겨보는 기록 :)

<다했니> 체크리스트<다했니> 체크리스트
교사용 웹 <다했니> 학생 리포트교사용 웹 <다했니> 학생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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