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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뜻지 Mar 07. 2023

다짐

개학주간의 기록

 1. 개학 날

 아이들과 개학 첫날을 마무리하면서, 프리즘 카드를 이용해서 생각과 느낌 말하기 활동을 했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한 첫날. 칠판에 붙여진 사진을 활용하여 첫날을 보낸 느낌이 어떠했는지 발표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불꽃놀이 사진 한 장을 골라서 예시를 보였다.


반짝반짝한 여러분을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한 여름밤의 불꽃놀이처럼
아름다운 한 해를 만들어갑시다.

예시를 보인 다음 활동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더니, 몇몇 아이가 사진을 딱 한 장만 골라야 되느냐고 질문했다. 여러 장을 골라도 상관없고, 꼭 소감을 말해야 되는 건 아니고 지금 드는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된다고 답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선생님의 예시를 작아지게 만드는, 청출어람 꼬마들의 발표가 연이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아이의 발표가 기억에 남는다.


3학년때는 나만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많이 싸우고 말썽을 피워서 선생님께 혼날 때가 많았어요. 친구들도 저를 많이 싫어했고요. 4학년때는 친구들과 협력하면서 잘 지내고 싶어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잘 달려보고 싶어요. 그래서 4학년이 끝날 때는 다른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내가 되고 싶어요.


아이가 고른 사진은 아래와 같이 8장이었다.

발표를 마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쏟아내며 그 아이를 격려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에 입학해서, 코로나 1학년이라고도 불리는 올해 4학년 어린이들.

친구들과 찐하게 놀면서 한층 더 관계 맺는 법이 편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덕분에 나도 또 성장하겠지.

학토재의 이미지 프리즘 카드. 스티커 버전도 있다.

 학토재의 프리즘 카드는 두고두고 잘 쓰는 교구다. 아이스 브레이킹뿐만 아니라 문학 단원의 토의 토론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했다.

 학부모 총회 때도 한 번 썼던 적이 있었는데, 꽤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교사도 학부모도 어색 어색한 이 시간에, 이미지 프리즘 사진을 이용해서 학부모님께 자녀 소개를 부탁드렸다.

 빛나는 별.

 푸르른 나무.

 황금알이 가득한 둥우리.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

 학부모님들이 고른 사진은 각양각색이지만, 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서로 닿아있었다.




2. 개학 그다음 날 아침

 개학 그다음 날 아침의 아이들은 학기 초의 기강이 바짝 잡혀있었다. 전날 내가 목에서 쇳소리가 날 정도로 생활 안내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올해 꼬마들이 그야말로 초등에서 황금학년으로 통하는 4학년이기 때문일까.

 등교 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온 다음 선생님께 공손하게 인사를 나눈 어린이들. 내가 하나하나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자리를 정돈한 다음에 교과서를 준비하고,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아침 독서를 하는 이 그림 같은 풍경.


 학급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찍 학교에 와서 조용히 아침독서를 하고 있는 와중에, 한 어린이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교실에 등장했다. 살짝 울상인 표정으로 고개를 끔뻑 숙여 내게 인사를 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아이는 풀이 죽은 채로 사물함에 가서 교과서를 준비하고 자기 자리 정돈을 했다. 시무룩하지만 할 건 다 하는 그 모습을 보며 ‘역시 황. 금. 학. 년.’이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내내 시무룩하던 아이가 별안간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림같이 독서하던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이 아이에게 집중됐다.


얘들아!!!! 오늘은 내가 늦어서 미안해.
내일은 내가 꼭 일찍 올게!


 적막을 깬 아이의 우렁찬 외침. 그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은 살짝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상냥한 목소리로 ”그래, 내일은 꼭 일찍 와.”라고 답해주었다.

 이 만화 같은 장면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이를 꽉 깨물었는지 모른다. 정말 너네는 뭐가 이렇게 귀여운 거니. 역시 황. 금. 학. 년인 건가?

 우리 학교는 9시 수업 시작인데, 아이가 교실에 도착한 시각은 8시 55분. 사실상 아이가 지각을 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 이 날 아침의 가장 귀여운 점이었다.



3. 다짐

올해는 아이들과 동시를 많이 나누어야겠다.


첫 만남
-자기소개

안진영

나는 낯설어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 옆에 반가워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 옆에 반가워 옆에 궁금해야
나는 낯설어 옆에 어색해 옆에 솔직히 두려워 옆에 반가워 옆에 궁금해 옆에 설레어야

낯설고 어색하고 솔직히 두려운 친구들!
반갑고 궁금하고 설레는 친구들!
나는 기대되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

<안진영,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문학동네, 2019>
모두들 처음엔

이안

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 게 없었다

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

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

어느새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
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센 어미닭이 되었다    

                                

  

2023년 개학 시즌에는 무엇을 했나

아침  작은 설문지 작성

1교시 시업식, 교사 소개, 학년 생활 안내, 우리 학급 소개

2교시~3교시 교과서 배부, 줄 서기 연습, 자기소개 삼각이름표 만들기, 삼각이름표와 함께 사진 촬영

4교시 학급 세우기(내가 바라는 나, 내가 바라는 우리 반), 집중 박수 놀이

5교시 우리 반에 필요한 1인 1역 떠올리기(모둠 토의), 프리즘 카드로 새 학기 첫날 느낌 / 다짐 공유하기


1교시 1인 1역 이름 짓기, 꼬리잡기 가위바위보 놀이, 1인 1역 정하기

2교시 학급 규칙 만들기(전체 토의)

3교시 학급 규칙 만들기(전체 토의)

4교시 나 소개하기

5교시 나 소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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