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만은 않을 걸 알았지만
오픈 후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리뷰였다.
음식이라는 것은 기호식품이니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동시에 사람들의 취향과 개성은 각기 다르기에 나의 최선이 곧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 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리뷰에 내 마음은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코로나 시국이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길어지면서 배달 플랫폼은 당연한 숙명이 되었고 리뷰를 모니터링 하는 일 또한 나에게있어 중요한 부분이었다. 음료가 쏟아지진 않을 지, 가는 동안 얼음이 녹아 밍밍해지진 않을지, 배달 기사님께서 고객요청 사항을 잘 확인하셨을지, 쿠키가 부셔지진 않을지 등 매장에서 구매해 가신 손님들을 응대해드리는 것 보다 몇 배는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처음 우리 매장에 달린 평이 좋지 못 한 리뷰의 내용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쿠키가 3600원이라니 이 돈이면 벤스쿠키 가서 사먹겠다. 쑥 쿠키가 먹고싶어 방문했는데 쑥 쿠키는 다 나가고 없었고 여자 사장은 원피스에 풀메이크업을 하고 출근했더라. 다시 안 간다.] 나는 계속 읽고 또 읽었다.
응대해드렸던 순간이 또렷하게 기억나는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오픈 후 정식오픈까지 정말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시며 보기만 해도 맛있겠다고 단골이 될 거라고 말씀하시고 가신 손님. 손바닥 만한 크기면 작지않은 크기 아닌가 ? 벤스 쿠키를 원하시면 벤스 쿠키를 사먹으러 가셨어야 하는거 아닌가 ? 그럼 카페 사장은 어떻게 입고 출근 했어야 하는걸까 ? 속으로 원망섞인 질문과 설움이 뒤엉켜 그 몇 줄 안 되는 리뷰를 읽고 읽고 또 읽었었다. 답댓글로 분한 마음을 표출하고 싶어서 막 타자기를 두들기다가 싹 지우고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사과의 말을 적었다가 다시 또 다 지워버리고 마는 거 말곤 할 수 있는게 없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 후로도 배달 플랫폼 리뷰에도 쿠키 맛집이라 그래서 시켜 먹었는데 홈베이킹 수준이다 부터 커피 맛이 물 맛이다 등 다양한 형태의 안좋은 리뷰들이 많이 달리기도 했고, 그에 반해 인생 쿠키집을 찾앗다 이거 먹으러 울산까지 온다 하는 최고의 리뷰들도 많이 달렸다.
어느날은 뼈빠지게 10시간 넘게 일하고 마감청소까지 싹 하고 퇴근 하려고 불을 끄는 시점에 확인한 안 좋은 리뷰에 힘이 쭉 빠져 불 다 꺼진 매장 안에 쭈구려 앉아 운 날도 있었고, 집에가서 하루를 마무리 해보려고 피곤한 눈을 감았을 때 그 리뷰들의 내용이 떠올라 이리저리 뒤척인 밤도 있었다. 너무나 뻔하고 진부한 말일 수 있지만 이제와서 그 때를 회상해보면 내가 그렇게까지 나의 일상을 방해 받으면서 그 리뷰들에 연연할 가치가 전혀 없었다는 것. 물론 손님들이 건네시는 개선사항과 피드백들은 소중히 여겨 귀담아 듣고 나아가는 것에 도움이 되기에 더욱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허나 내가 말하는 연연할 가치가 없는 리뷰들이란. 전혀 논리도 없는 무자비한 악성 리뷰들.
내가 200%를 건네 주어도 2%만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써 그 사람에게 200%를 주고도 상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 이다. 장사를 시작하다보면 결국 내가 잘 해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단면적으로 두 개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 리뷰
2. 매출
허나 자영업의 세계에 발 담근지 4년차가 되어가는 요즘은 그저 손님들과 나누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눈 마주치며 평범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단골들이 있다는 점과 꾸준하게 우리 매장을 찾아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담긴 편지들과 쪽지들이 곧 내가 잘 나아가고 있는지를 가치를 느끼는 수단이 되었다.
기죽지말고, 마음 상하지 말고, 대담하고 담대하게, 그리고 굳건하게 내가 해내고 있는 노력을 믿기.
그거 하나면 누군가가 휘두르는 말 한 마디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강하게 버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