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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여인 Aug 04. 2019

나에겐 글이란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은 날

모든 것을 쏟아내고 싶은 날들이 있다.


그게 언어든 몸짓이든 뭐든, 나에겐 글이 그랬다.


나는 어릴 적부터 글을 적어댔다.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도 없지만 10대에는 그렇게 오글거리는 글을 적어냈었고 20대에는 그렇게 사랑에 목메어 글을 적었으며 30대가 되자 일상에 일어나는 것들을 적고 메모한다.


나는 나름 유복하게 자랐다. 풍족한 사랑도 받으며 컸으나 난 늘 외로움이 많은 아이였다. 이유를 가늘게 눈을 찌푸린 채 고민을 해 본적이 많았는데 아마 어린 시절 동생을 잃은 것이 내게 아주 큰 폭풍처럼 나를 덮쳐 이렇게 자랐는지도 모른다.


20대에는 바보 같은 사랑을 많이 했다. 열심히 내 사랑을 퍼다 옮겼고 늘 헤어지면 퍼다 나른 크기만큼 크나큰 빈 공간이 나를 후벼 팠다. 그러다 나는 30대가 되었다.


이런 삶에서 내가 쏟아내는 것은 오직 눈물만은 아니었다. 글도 함께 쏟아냈다.


다음날 일어나면 왜 이런 글을 적었지라는 마음이 며칠을 시간을 잡아먹은 사과처럼 쪼그라드는 마음도 있었고 어떤 날은 온 사람들 앞에서 낭독을 하고 싶을 정도록 마음에 드는 글도 있었다. 비록 헤어진 다음날이라도 그런 글을 보면 묘한 위로감과 희열감이 들어 정신이 내가 제정신인가 싶어 혼란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 날인가 보다.

먹어도 먹어도 입이 궁금해서 자꾸만 무언가를 찾게 되는 날처럼, 아무 이유없이 허하고 슬퍼지는 날처럼.


오늘은 특별한 감정이 들어 쓰는 것도 아니고 목적이 있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냥 뭐라도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 심정. 그런데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어 뭉게구름같이 아무것도 손에는 잡히지는 않는다. 소낙비처럼 왕창 쏟아낼 수 글을 쓰고 있더라면 마음이 더 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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